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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엔 이사가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는지를 따져야 할 문제다. 충실의무를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상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이사가 무조건 소액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경영진이 준수해야 할 충실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일반규정으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순간 기업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주주가 갖는 기대와 달리 충실의무 확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판례에서 이미 이사가 추구해야 할 회사의 이익을 ‘전체 주주의 이익’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겠지만, 법원의 판단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남소(濫訴·소송 남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부는 아직 입장을 뚜렷하게 정하지 못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업 경영 환경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있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충실의무 적용 확대는 부작용이 더 크다. 밸류업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