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의장(위즈돔 대표)은 최근 서울 강남구 코스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스포는 거절에 익숙하고 좌절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정서적인 교집합으로 만난 단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연대하고 함께 목소리를 냄으로써 창업을 촉진하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게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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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장은 “코스포 1.0은 김봉진 초대 의장(우아한형제들 창업주)을 비롯한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모여 외형을 구축했다”며 “이제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아닌 평범한 얼룩말들이 더 많아진 만큼 창업 생태계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취임 이후 지난 5개월간 회원 중심의 조직을 만드는 데 힘썼다.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부의장단을 꾸리고 △커뮤니티 △대외정책 △성장발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글로벌 △지역 등의 분과위원회를 신설해 운영 활성화와 회원사 간 결속력 강화에 나섰다. ‘월간 코스포’를 비롯해 네트워킹, 법률 자문, 컨설팅 등 회원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확대했다.
한 의장은 “코스포는 사무국이 전체 사업을 끌고 가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회원사가 직접 참여·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회원들의 참여율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회원의 회비 납부율은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고 신규 가입도 빠르게 늘어 내년 초에는 회원사가 3000개사를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회원사의 결속을 강조하는 건 각종 규제와 갈등에 맞설 조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스타트업들이 겪는 기술 및 인력 유출, 신사업 진출 애로, 직역단체와의 갈등에서 ‘원팀’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낸다는 취지다. 한 의장이 사업하며 거쳐온 우여곡절을 후배 창업가들은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009년 위즈돔을 창업한 한 의장은 버스 승차공유 서비스 ‘e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각종 애로를 겪었다. e버스는 출·퇴근 시각과 직장 위치 등 동선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노선을 설계해 전세버스를 공급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2010년 서비스를 출시하고 3개월도 되지 않아 버스업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한 의장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해당 사업모델이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찾아 문제를 제기했고 2011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2013년에는 정부로부터 노선 면허를 받은 모빌리티 1호 기업이 됐다.
한 의장은 “법령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손보면서 오랜 시간을 돌아왔지만 제도 기반 마련을 통해 후배 창업가들이 덕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제도화는 한 회사가 할 게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꾸준히 해줘야 하는 일이다. 회원사들의 에너지를 모아 잘 쓰이게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의장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직역단체와의 갈등 등 기득권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위즈돔이 대기업 통근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를 숱하게 목격해온 터다. 그는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축소하고 외부 경쟁 입찰로 돌려야 한다”며 “공정경쟁만 이뤄진다면 스타트업에 무수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장은 창업 기반 조성의 중요성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창업 지표를 관리하고 있지만 스타트업계는 위기와 폐업이 확산하고 있다”며 “창업감소에 대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다시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