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케이피티’ 본사. 이재욱 사장은 회사를 찾은 이정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에게 “유연근무를 도입하더라도 생산직은 가장 늦게 적용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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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고객사인 대기업과 영업차 미팅을 하며 유연근무 취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 구매담당 임원과 팀장을 만나 뵙는데 매우 이른 시간이었다”며 “팀장에게 물어보니 유연근무 덕에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제도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출산휴가 후 복직한 직원이 있는데, 이런 직원에겐 유연근무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시범도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유연근무를 사용 중인 근로자 만족도는 높았다. 이 회사 연구개발팀에서 근무 중인 강연복(39) 씨는 “아이들은 자주 아픈데 병원에선 약을 3일 치만 준다. 그만큼 자주 병원에 가야 하지만 대기 시간이 만만치 않다”며 “근무시간을 조정해 조금만 일찍 가도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유연근무 컨설팅을 수행 중인 김희영 컨설턴트(공인노무사)는 “2주 전 회사와 킥오프 미팅을 하고 경영진, 직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결혼 적령기 근로자가 많은데, 출산 이후 복직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여성 직원을 중심으로 유연근무 도입 수요가 많았다”고 했다.
회사는 유연근무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현실적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김준원 상무(CFO)는 “유연근무는 필요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유연근무) 권리를 못 누리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생산직은 3교대로 돌아가는데 이분들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재욱 사장이 가장 큰 고민으로 털어놓은 점도 이 부분이었다. 케이피티는 근로자 93명 중 생산직이 44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 사장은 “생산직은 시급(시간 급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생산팀에 새로운 근무 방법을 도입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정한 고용부 실장은 “대기업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유연근무 제도가 지역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다만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정책 당국자로서 같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