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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 8월 발표한 ‘7월 자동차 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산차 전체 판매량(대형 상용차까지 모두 포함)은 79만5378대를 기록했다. 이 중 레저용차량(RV) 모델은 40만3855대를 나타냈다. RV 비중은 50.8%로 연간 누적 기준 사상 처음으로 국산차 전체 판매의 절반을 넘었다. 전년 동기 기록한 45.1% 대비 무려 5.7%포인트나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국산차 전체의 판매량이 88만여대에서 79만5000여대로 9.7% 감소했다.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전체 판매량도 73만4000여대에서 66만6000여대로 9.2% 줄어든 상황에서 RV 모델의 판매는 1.7% 증가를 기록하며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다.
반면 승용차 중 RV를 제외한 세단형 차량은 26만2537대 판매에 그쳤다. 세단형 차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2% 줄어 국산차 전체 중 비중이 전년대비 5.3%포인트 떨어진 3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RV 모델의 강세에 치여 입지가 좁아진 세단 시장은 양극화까지 심해지고 있다. 세단 시장 내에서도 소위 대형차나 고급차가 아니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대형급 이상 고급차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중형급 이하 차종은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RV모델 판매가 2015년 이후 크게 늘어나고 세단 판매는 지속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중대형급 이상의 큰 차와 고급차 판매는 꾸준히 늘었다. KAMA의 분류 기준에 따른 2000cc 이상 중대형과 3000cc 이상 대형 세단의 경우 2015년 18만2948대에서 2020년 26만492대까지 늘었다.
큰 차와 고급차는 세단형 차종 내 비중도 2015년 23.5%에서 2020년 처음으로 40.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변동성이 심해져 중대형급 이상 국산 고급차 판매 비중이 다시 36.7%로 낮아졌지만 올해 1~7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오른 37.7%로 과거에 비하면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차종별 판매 실적을 봐도 과거 국민차의 명성을 차지했던 중형급 이하 모델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월별 국내 베스트셀링카는 소형 상용차인 포터가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그랜저와 제네시스 G80이 각각 두 차례, 한 차례 이름을 올렸다.
올해 7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도 상위 5위 안에 중형급 이하의 모델은 없다. 포터가 5만 834대로 1위, 그랜저가 4만 449대로 2위, 쏘렌토가 3만 8717대로 3위를 차지했다. 4위와 5위도 봉고와 카니발이다. 그나마 아반떼가 3만2333대로 6위에 올랐다.
◇“RV모델과 중대형급 이상 세단 쏠림현상 지속”
이와 같은 RV모델과 중대형급 이상 세단으로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존 중형급 이하 세단 모델들은 신차 출시 시점이 다소 경과된 데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주로 RV 차종에 집중돼 있다.
가장 최근 출시된 국산 신차인 쌍용차의 토레스도 출시 2개월 만에 사전계약 대수 6만대를 넘기는 등 RV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오닉 6와 그랜저도 4분기 출시가 유력해 올해 안에 세단 판매량을 끌어올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이오닉 6와 그랜저도 차체의 크기나 가격, 제품 포지셔닝을 고려하면 중대형급 고급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형급 이하 세단 시장은 감소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RV모델들의 상품성 개선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가족 단위 활동 증가, 보복소비, 크고 안락한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증가 등 여러 여건들로 RV 모델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국내 고객들의 특성상 세단 시장도 고급 모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