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와이즈발레단 '비타'
여백·절제로 韓 정서 품어 내
생동감 있는 조명·영상 효과
무용수 몸짓과 물아일체 눈길
 | | 컨템포러리 발레 ‘비타’의 한 장면(사진=와이즈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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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세종대 교수] 김길용 단장이 이끄는 와이즈발레단은 매년 새로운 안무가와의 창작 작업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신작 ‘비타’(VITA)는 주재만 안무로 지난해 10월 22~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됐다.
와이즈발레단과 두 번째 협력한 안무가 주재만은 1996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무용축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후 뉴욕 ‘컴플렉션 발레단’과 ‘발레 히스파니코’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다. 뉴욕 ‘컴플렉션 발레단’ 부예술감독이자 발레단 전속 안무가로 해외 유명 예술가들과 협업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2009년 드뷔시 음악을 바탕으로 창작한 ‘서피스’(Surface)는 뉴욕 조이스 극장에서 초연됐으며, 미국 프린세스 그레이스 재단이 수여하는 안무가 상을 받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컨템포러리 발레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 | 컨템포러리 발레 ‘비타’의 한 장면(사진=와이즈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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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만이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며, 최고의 스승이자 치료자’라고 말했듯이 이번 작품 역시 자연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이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의 작품들에 비해 하체의 움직임보다 상체의 표현적인 동작을 활용해 주제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거나 공간에 대한 이해와 형태미를 통해 심리를 묘사했다. 여백과 절제로 한국적 정서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작품에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작품 구성은 17세기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안토니오 비발디의 음악을 바탕으로 제1장 발아하는 생명, 제2장 생동하는 자연, 제3장 어둠 속의 희망, 제4장 다시 자연과 더불어 등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통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상징과 은유를 기저에 두고 전체 구성은 듀엣을 기본으로 하되 동작의 반복과 변화, 발전을 통해 주제어를 강조했다. 관객에게 다채롭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조지 발란쉰이 그랬던 것처럼 마치 음악적 형식을 몸으로 표현하듯 무용수의 신체를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었다.
 | | 컨템포러리 발레 ‘비타’의 한 장면(사진=와이즈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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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마다 주제에 어울리는 의상의 색채와 단순하지만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조명과 영상 등 효과적인 무대 메커니즘 활용은 진중한 무용수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이미지 강화 도구로 활용됐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장면은 비탈진 언덕 위에 검은 의상을 착용하고 뒷모습으로 서 있는 여인들의 군상과 비탈진 언덕에서 미끄러지듯 느리게 움직이는 남성 무용수들 그리고 남녀가 쉴 새 없이 격정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마치 죽어가는 생명에 바치는 조곡(죽음 애도하며 우는 울음) 같았다. 격정적인 장면이 끝나면 광활한 공간에 모두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여인의 독백과 쓸쓸히 숲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채웠다가 비워내는 여백을 통해 가장 화려한 순간 뒤에 찾아오는 숨 막히는 고요를 잘 묘사했다.
 | | 컨템포러리 발레 ‘비타’의 한 장면(사진=와이즈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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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려한 순간에 사라지는 여인의 뒷모습은 이 작품의 절정이다. 새로운 암시와 복선처럼 느껴졌다. 필자는 여기까지가 ‘이 작품의 완결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장면들은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관객의 상상으로 대신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때로 더 많은 것을 비워야 더 선명하게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공연의 성과는 우수한 기량의 단원들과 김길용 단장의 혁신에 대한 열망 그리고 안무가 주재만의 협력을 통해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의 컨템포러리 발레에 단비같이 신선한 자극을 줬다. 한국 컨템포러리 발레가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