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 수익 노려볼까?…파이어족이 사랑하는 美배당주

김윤지 기자I 2021.10.17 08:32:31

[돈이 보이는 창]
美배당주, 황금알 낳는 거위 되기도
버핏, 코카콜라로 연 6억달러 배당금
다우30 안에도 5% 분기배당株 다수
"배당수익률 보다 배당성장성 초점"
자동 재투자·환헤지 해주는 펀드도 방법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사진= AFP)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찬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증권가 격언이 있다. 국내 기업은 연말을 배당 기산일로 삼는다. 분기 배당이 활성화된 미국에선 ‘사시사철 배당주’가 더 그럴싸하다. 국내 대비 상대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고 배당 지급의 역사가 긴 미국에선 10%가 넘는 연 배당 수익률에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다수 포진해 있다.

‘AT&T 할아버지(Grandpa)’. 고배당주에 투자해 가계를 꾸려나가는 고령 투자자들을 의미한다. 그만큼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는 1년에 4번 분기 배당을 한다. 17일 기준 주당 예상 배당금은 2.08달러, 시가 배당수익률은 연 8% 수준이다. 예·적금 금리가 1~2%대임을 고려하면 두둑한 배당이다. 지난 5월 자회사 워너미디어와 케이블TV 사업자 디스커버리를 통합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배당금 삭감을 발표해 ‘대표 고배당주’라는 명성이 좀 퇴색될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배당주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관심 종목이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 기저 효과가 사라진 내년 실적 둔화 우려 등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에 최근 증시는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을 때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 배당주 투자다. 최근에는 30~40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해 조기 은퇴하는 이들을 일컫는 파이어족(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월급처럼 ‘따박따박’ 수익이 나오는 구조 창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미국은 달러 가치의 안정성에 더해, 분기 혹은 매월 배당을 하는 기업이 많아 일시적인 위기나 침체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인컴(income·정기적인 수입) 투자를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통한다.

◇ “잠자는 동안에도 돈 벌어주는”…배당주의 매력

17일 기업정보사이트 디비든닷컴에 따르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현재 기준 연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에너지기업 쉐브론이다. 4.93%로, 환율과 배당소득 등을 제외하고 예·적금 금리와 단순 비교하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3,6,9,12월 분기 배당으로, 최근 20년 동안 배당 성장률이 296.92%에 달한다. 통신기업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4.93%), 화학업체인 다우(4.77%), 컨설팅기업 IBM(4.57%), 의약품 도소매 업체인 월그린스 부츠 얼라인스(3.76%)가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은 모두 분기마다 배당을 실시하고 꾸준하게 배당금을 키워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월그린스는 무려 46년 동안 꾸준히 배당금을 늘려왔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장기 보유하는 종목으로 잘 알려진 코카콜라는 배당수익률 3.08%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59년 동안 배당을 늘렸다는 점이다. 최근 20년 배당 성장률은 382.35%다. 1988년 코카콜라 주식 매수를 시작한 버핏은 4억주(지분 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난 회계연도 동안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코카콜라 배당금 수익은 6억6200만 달러(약 7900억원)에 이른다. 배당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되는 이유다.

반면 대표 기술성장주인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배당수익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이들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술주들은 배당 수익 보다 주가 상승을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린 전략이 유리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배당 수익률 아닌 성장성 주목, 밸류 트랩 NO”

전문가들은 ‘배당 수익률의 함정’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증시에는 배당수익률이 10%가 넘는 월 배당 종목들도 다수 존재한다. 통상 술, 담배, 도박에 투자하는 이른바 죄악주는 높은 배당 수익률을 자랑하는 편이다. 하지만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주식’은 아니다. 실적 대비 지나치게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실적이 나빠져 주가가 하락해 배당수익률이 높아졌다면 장기적 측면에서 기업의 펀더멘털이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배당에만 집중하면 만성적인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밸류 트랩’(value trap)에 빠질 수 있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찾아오면 배당금을 삭감하거나 지급 중단(배당컷)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서부산텍사스유(WTI) 마이너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기업들은 줄줄이 배당을 멈춰야 했다.

이에 배당주 투자에 있어 눈여겨 봐야할 판단 요소로 ‘배당 성장성’(Dividend Growth)이 지목된다. 당장 배당수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순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주당배당금도 매년 꾸준하게 늘어가는 배당성장주를 골라낼 것을 권한다. 배당성장주는 연속 배당지급 연수 및 조건에 따라 배당금이 50년 이상 증가한 배당킹(Dividend King), 25년 이상 증가한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 10년 이상 증가한 배당챔피언(Dividend Champions), 5년 이상 증가한 배당블루칩(Dividend Bluechips)등이 있다.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퀀트운용팀장은 “고배당에 집착하면 위기 국면에서 펀더멘털이 망가지고 기업의 존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면서 “△배당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배당 수익률이 적정한 수준이어야 하며 △밸류 트랩에 빠지지 않기 위해 펀더멘털이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당주 투자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금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시장에 자금을 풀던 주요 은행들은 경기 회복 국면에 접어들자 금리를 인상하거나 이를 시사하고 있다. 최 팀장은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의 근거라고 한다면 경기민감주 비중이 높은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구축된다”면서 “배당주 차원에서는 배당 수익률이 조금 낮아질 수 있지만 주가 상승이 함께 이뤄지면 총수익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 분배금 재투자·환헤지 원해?…펀드도 방법

일반 액티브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간접 투자도 방법이다. 10년 동안 배당금을 인상한 기업을 선정하고 시가총액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Vanguard Dividend Appreciation Index Fund ETF(VIG),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해 리츠를 제외한 고배당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Vanguard High Dividend Yield ETF(VYM), 현금 흐름 대 부채 비율·자기자본이익률(ROE)·배당 수익률 및 배당 성장률 등을 고려한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SCHD) 등이 있다. 전략의 차이만큼 포트폴리오도 저마다 달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SCHD는 금융주, VIG는 헬스케어 비중이 높은 편이다. VYM은 여느 배당 ETF와 달리 에너지, 산업재, 유틸리티 등 경기 민감 업종을 상대적으로 많이 담고 있다. 성과 차이도 여기서 비롯된다.

글로벌 배당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 ‘이지스글로벌고배당리츠플러스부동산’,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40’, ‘IBK다보스글로벌고배당’, ‘메리츠글로벌고배당’, ‘KB통중국고배당’, ‘미래에셋미국배당프리미엄펀드’ 등도 선택지다. 연초 이후 2000억원 가까이 신규 설정된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는 S&P500 배당귀족지수(S&P500 Dividend Aris tocrats Index) 종목을 기초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미국 S&P5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에서 25년 연속으로 배당금이 증가하고 시가총액은 30억달러 이상이며 직전 3개월 평균 일 거래량이 500만달러 이상인 기업에 투자한다. 8월 기준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철강기업인 뉴코(Nucor)(1.78%), 화학회사 앨버말 코퍼레이션(1.69%), 수질 시스템 사업 기업 펜테어(1.58%), 투자금융회사인 프랭클린 템플턴(1.56%) 등을 담고 있다. 분배금을 분기별로 지급하는 ETF와 달리 일반 액티브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면 분배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해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고, 환헤지(위험노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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