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리아(터키)=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터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매년 630억달러의 수요가 예상되는 동북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8번째로 진행한 선도발언을 통해 북한 등 동북아 지역의 인프라투자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제안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에 특화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아시아 지역의 개발에 오랜 역할을 해 온 아시아개발은행(ADB), 그리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함께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저성장, 일자리 부족 및 양극화에 대한 우려로 세계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구조개혁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과를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것이 소비 확대와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가계소득 증대와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구조개혁 및 창조경제에 대한 성과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성장률 제고 부문에서 1위로 평가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 아쉽게 1위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먼저 공공부문에 대해 “공무원 연금개혁을 통해 향후 30년간 1760억 달러의 세금을 절감하고, 공공부문 경영개선으로 공공부문 수지가 7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보고했다. 노동부문에 대해선 “연초부터 9월까지 120 차례 치열한 논의 끝에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면서 “경제위기가 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합의한 점에서 의미가 크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로 청년 일자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부문과 관련, 박 대통령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와 기업들이 보다 쉽게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획기적인 금융규제 개혁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 같은 핀테크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문에 대해선 “창조적 가치관을 길러 내고 사업과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라고 했다.
한편 안탈리아의 G20 회의장 분위기는 파리 테러의 여파로 인해 말 그대로 ‘삼엄’ 그 자체다. G20 회의장을 둘러싼 1만2000여명의 무장 경찰과 군인들로 안탈리아는 마치 ‘철옹성’을 방불케 했다. 안탈리아가 세계 최대 휴양지인 만큼 회의장 부근의 유명 리조트는 행사 기간 중 사방으로 수 km까지 봉쇄됐다. 각국 대표단과 사전 등록한 보도진 이외에는 회의장 주변 출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회의장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 설치된 300여대의 안면인식 시스템 카메라는 차량번호판뿐 아니라 운전자 및 탑승자 하나하나를 철저히 감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