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원양대국인 우리나라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불법조업(IUU)국으로 지정될 정도로 국내 원양어선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커지고 있는 데도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엊그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비롯해 가나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베네수엘라 등 10개국을 불법조업국가로 규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2년내에 불법조업 근절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관련 선박에서 나온 수산물의 대미(對美) 수출 제한 등의 경제 제재조치를 당할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국내 원양어선들의 불법행태는 심각하다. 원양업체인 인성실업 소속 선박은 남극해에서 세계적 보호어종인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메로)’를 제한량의 4배 이상 불법 남획했다. 또 라이베리아, 시에라이온 등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서는 위조어업권을 사용하거나 연근해에서 카누 등으로 불법조업을 해 ‘가난한 나라의 수산자원을 약탈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 해역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에 대한 인권침해로 논란이 된 사조오양은 쓰레기 무단투기와 어획량을 허위 신고한 것이 적발돼 현지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제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는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적발된 한국 선박업체들의 불법조업건수는 34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연합(EU)이 한국 원양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해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호주와 뉴질랜드 등도 관련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여 상황이 간단치 않다.
업체들의 무분별한 조업행태도 문제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적당히 무마하려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대처는 더 큰 문제다. 미 상무부는 한국 정부의 제재조치가 미미하고 관련 법 개정안도 불충분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린피스측도 “한국 정부에 불법 조업행위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촉구했지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해양수산부는 11일 뒤늦게 불법 조업에 대해 더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향으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으나 면피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발된 업체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와 제재가 있어야 한다. 또 느슨한 관리감독이 업체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