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다. 12·3 사태 이후 47일 만이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내 미결수 수용동에 수감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분노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서부지법을 습격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고, 또 다른 일부는 경찰에게서 뺏은 방패나 경광봉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쉈다. 지지자들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으며 소화기를 난사하고 법원 집기를 마구 집어던지거나 뜯어냈다. 이를 저지하던 경찰관도 다치고 취재를 하던 취재진도 부상을 입었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사실상 폭동에 부서지는 또 다른 ‘초유의 사태’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자 헌법을 바탕으로 통치되는 법치국가다. 법을 어긴 혐의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 대통령의 구속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통령도, 야당대표도,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사법기관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도 절차적 정당성은 필요하다. 국가 원수의 구속에 대한 파장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불리한 판단을 받은 것 같다고 해서, 혹은 억울하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비상계엄 이후 탄핵을 거쳐 현재까지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자의적인 판단대로만 움직였다. 윤 대통령은 소환에 불응했으며 경호처는 영장 집행을 막아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 전에 탄핵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라지만 헌법재판소 재판의 정당성에 흠집 낸 일이다. 정치권 모두 법을 조금씩 무시하거나 어기며 이번 폭력사태까지 치달은 것이다.
이제 지지자들의 맹목적 추종과 폭동은 멈춰야 한다. 자의적인 판단대로 움직이면서 지지자들을 부추겨 온 정치인들, 그리고 선동행위를 자극하는 유튜버도 자제해야 한다. 연이어 법치가 무너지면 ‘초유의 사태’는 다른 형태로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