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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판단기준 모호…'반복성' 요건 추가해야"

성주원 기자I 2024.07.29 05:30:00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 이광선 변호사 인터뷰
"노동위-법원 판단 다소 차이…판례 더 쌓여야"
"직장내괴롭힘 악용도 많아…사회적 고민 필요"
中企 담당자 교육 강화…외부 신고체계도 대안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직장 내 성희롱은 이미 시행된 지 십수년이 지나 어느 정도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조심하고 있는데, 직장 내 괴롭힘 부분은 아직 시행 5년밖에 되지 않다보니 여전히 실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인지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 부팀장을 맡고 있는 이광선(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지난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시행 5년이 지난 이후 여전히 지적되는 모호성 문제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반복성’을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직장 내 괴롭힘 요건에 ‘반복성’을 넣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법에서 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업무나 관계상의 우위성이 있어야 하고, 괴롭힘 행위들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기준에서 볼 때도 지나치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간 다소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판례가 좀더 쌓이면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매일 수십건 꼴로 이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만28건이 신고됐다. 하루 평균 27.5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년 대비 12% 늘었다. 신고 유형별로는 폭언이 32%로 가장 많았고, 부당인사(13%), 따돌림·험담(10%)이 뒤를 이었다.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2건에 불과하던 직장 내 괴롭힘 소송은 2022년 44건으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엔 96건에 달했다.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 인정으로 인한 징계를 다투는 소송이었다.

이 변호사는 “최근의 직장 내 괴롭힘은 상사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뿐 아니라 하급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나이 많은 하급자가 나이 어린 여자 상급자(팀장)를 따돌리면서 타 부서원들에게 팀장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한 행위다. 법원은 이같은 행위를 ‘나이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이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그는 “실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보복이나 계속 근무 시 어려움을 염려해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반면, 지나치게 민감하게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문제 제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징계는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으로 간주될 수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단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비해 대응 시스템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관리자와 인사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신고 시스템을 외부(로펌이나 전문기관)에 둠으로써 보다 자유롭게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직장인들도 이제 ‘이게 문제가 되는 행동이구나’라는 인식이 많이 생겼다”며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MZ세대와 함께 바뀌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된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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