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작업과 피해자 지원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의 산사태 현장을 방문하고 참혹한 광경에 말문이 막혔던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재난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역대급 집중호우로 사망 41명, 실종 9명에 123개 시·군·구에서 1만 2709명의 이재민 피해(18일 오전 6시)가 난 데 이어 중남부 지역에 아직 큰 비가 내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피해 지역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야당 정치인들은 정부·여당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오판이 부른 참사”라고 주장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물난리로 국민이 고통을 겪을 때 대통령은 자리에 없었다”고 비난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서둘러 귀국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도를 넘은 억지다. 윤 대통령은 출국 전 여러 차례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통령실 해명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태양광 시설 난립에 따른 산림 훼손과 4대 강 보해체가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통제 요청을 뭉갠 청주시와 충북도, 행복청 등 관할 관련기관들의 태만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듯 이번 재난의 상당 부분은 관재(官災)였음이 속속 드러났다. “관할 아니다” “불가항력” “인력 부족” 등의 이유를 앞세워 뭉그적댄 지자체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화를 키운 것이다.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착수한다지만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감찰로 회복될 리 만무다.
지도자의 무능과 무책임은 나라에 큰 피해를 안긴다. 그러나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으로 경제와 외교 지평을 넓히고, G8 진입 초석을 놓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를 수해와 연결시켜 덮으려 한다면 이건 생트집이다. 야당은 저열한 선동과 악담을 멈추고 수해 복구와 이재민 위로에 힘을 합치는 게 도리다. 재난을 정쟁의 불쏘시개로 삼는 구시대적 작태는 청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