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수준 언행으로 한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릴레이 단체 방중이 이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 등 5명의 의원이 3박 4일 일정의 비공개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어제 이번엔 도종환 등 7명의 의원이 역시 3박 4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정부·여당이 중국의 도 넘은 외교 공세에 총력으로 맞서는 와중에 야당 의원들은 독자 교류에 나서 전선을 흩뜨리고 있는 꼴이다.
지난 8일 싱 대사는 이재명 대표를 공관으로 초청,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등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겁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양국은 ‘대사 초치’에 ‘맞조치’로 대응하고 고위 관계자들이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갈등이 증폭됐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쉬쉬하며 중국 방문을 진행했으니 질타를 받는 건 당연하다. 두 달 전 추진한 불가피한 일정이었다면 투명하게라도 진행했어야 했는데 언론 보도 후에야 방중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들도 이번 방중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중국의 전형적인 갈라치기 외교 전략에 민주당이 말려드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친중 성향의 야당을 끌어들여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이번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과정에서도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은 ‘하나의 중국’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훈계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불용치훼’(말참견을 허용치 않겠다)라는 모욕적 언사로 대응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의 ‘전랑외교’ 공세로 한국 외교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런 외교적 혼란기에 민주당은 중국의 책략에 판을 깔아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여야 분열로 자중지란을 일으킨다면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외교에 여야는 따로 없다. 민주당은 외교문제만이라도 당익보다는 국익을 앞세워 신중히 행동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