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서울 도심에 화려한 연등행렬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 불교 전통행사인 ‘연등회’(燃燈會)인데요.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행사로 연등법회와 연등행렬, 회향 등으로 이뤄집니다.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어 차별없고 풍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금은 단순히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이 행렬에 참가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잡았죠.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이기도 한 ‘연등회’는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한국의 21번째 세계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됐는데요. 당시 위원회는 등재 결정문에서 “시대를 지나며 바뀌어 온 포용성으로 국적, 인종, 종교, 장애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사회적 경계를 일시적으로 허물고 기쁨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연등회’는 무엇이 특별할까요.
|
조선시대 연등회는 관등놀이라는 민속행사로 남아 세시풍속으로 전승됐어요. 집집마다 장대를 높이 세우고 거리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등을 달았습니다 .밤이면 장안의 남녀노소가 등을 들고 나와 행렬에 참여하고, 그 모습을 구경하는 관등놀이가 성행했죠.
기록에서도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문왕 6년 정월 15일과 진성여왕 4년 정월 보름에 황룡사로 행차하여 연등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 태조가 남긴 ‘훈요십조’에는 팔관회와 연등회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당부가 담겼어요.
오늘날에는 전통연등회의 다양한 풍습을 담아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요. 사찰마다 행하는 불교행사로서 관불과 법요식, 연등회의 백미인 연등행렬, 대중이 참여하는 다양한 놀이마당인데요. 특히 전통연등회의 여러 요소를 반영한 연등행렬은 세계인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사찰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봉축위원회를 중심으로 나이·성별을 불문하고 일반 대중도 폭넓게 참여하는 축제로서 기능하고 있어요.
시대별로 변화된 축제의 양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데요. 최근에는 시대를 반영해 대형 타요버스 연등과 펭수 연등까지 등장했어요. 시기별로 인기를 모은 캐릭터를 내세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1975년에는 ‘부처님 오신 날’이 국가 공휴일로 제정됐어요. 더 많은 인원이 연등행사에 참여하게 됐고 1996년부터 동대문 운동장에서 조계사에 이르는 연등행렬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추가됐죠. 특히 올해 ‘부처님 오신 날’(5월 27일)부터 대체공휴일이 적용돼 3일의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는데요. 보통 연등행렬은 ‘부처님 오신 날’ 전주에 펼쳐지는만큼 5월 20일 흥인지문~종로~조계사를 지나는 연등행렬을 즐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