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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정책이 IRA 화 불렀다…전기차 컨트롤타워 시급"

손의연 기자I 2022.09.13 05:00:00

전기차 패권주의에 비상등 켜진 韓①
美가 평정한 車시장…전기차 앞세운 中 부상
韓, 배터리 소재 中에서 조달해 美에 수출
인플레법으로 美·中사이 끼어…"양보 기대 못해"
"전기차 경쟁 마라톤…미래위해 컨트롤타워 필요"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전기자동차는 각 나라의 국익이 걸린 분야여서 ‘양보’라는 표현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며 우리나라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곳곳에서 석유를 확보하고 거대한 시장을 앞세워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자동차 중심의 무역 질서를 평정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책으로 전기 동력이 자동차에 사용되면서 미국의 자동차 주도권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이 급부상하자 결국 미국은 강력한 견제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표현은 ‘인플레이션’ 대책이지만 속내는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소재-배터리-전기차’로 구성된 핵심적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원천 배제해 전기차도 미국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를 중국에서 조달해 국내에서 완성차를 만든 후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당장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 등은 미국 내 현지 공장 건설을 앞당기고 배터리 소재 공급선을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도 미국에 협상단을 파견하며 외교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모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패권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전기차 정책은 마땅한 컨트롤타워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개발과 육성, 보급 등이 일원화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다. 심지어 환경부의 ‘저공해자동차’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념이 다르고 ‘친환경’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환경부의 보조금 주도권에 맞서 국토교통부는 영업용 전기차를 컨트롤한다. 산업부는 전기차 기술 개발에 관여하지만 운행되는 내연기관차의 전동화 전환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전기차에 세금을 부과하는 데 배기량이 없어 혼선이다.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분류 제도가 서둘러 개편돼야 하는 배경이다.

더 나아가 필요한 기술 역량을 키우고 운행에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처별로 분산된 전기차 로드맵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탄소저감의 초점을 이동 부문에 맞출 수 있는데다 기술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지금의 전기차 경쟁은 마라톤이다. 기후변화가 출발 신호를 쏘아 올렸고 각 나라와 기업은 첫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제는 산업 전환의 속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대 시장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은 보폭 확대를 선택했다. 반면 보폭이 좁은 우리나라는 걸음 숫자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 그런데 전기차 주도권 확보는 선제적 실험도 의미하는 만큼 보폭이 큰 것보다 짧은 게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미래적 시각에서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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