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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찻물 내리는 '하얀 발'…노세환 '내 발가락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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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I 2020.07.19 04:05:00

2020년 작
발가락으로 주전자 쥐고 붓질·가위질 하고
내 발 역량 실험한 뒤 그 성과 사진에 담아
"손 바쁘면 발로"…남 돕는 건 몸보단 마음

노세환 ‘내 발가락은 자유롭다’(사진=복합문화공간에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찻물을 내리는 중이다. 주전자에서 빠져나온 뜨거운 물이 찻잔에 떨어진다.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이 행위가 시선을 끄는 건 주전자를 쥔 발 때문이다. 오른쪽 발가락으로 손잡이를 잡고 왼쪽 발가락으론 뚜껑을 누르고 있다.

손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의 동작이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손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굳이 발을 동원한 거니까. 내 발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실험한 거니까. 반년쯤 걸렸으려나. 찻물 따르는 일만이 아니다. 이젠 붓을 쥔 발가락이 그림을 그리고, 가위를 잡은 발가락은 꽃을 다듬는다. 이 빛나는 성과들이 사진작품에 담겼다. 작가 노세환(42)의 연작 ‘내 발가락은 자유롭다’(My Toes Are Free·2020)다.

그렇다면 왜 굳이 발로? 착안은 영어 관용구에서 나왔단다. ‘안됐지만 도울 수가 없네’(My hands are tied)다. 내 의지든, 외부 조건이든 해결해주고 돕지 못하는 백만 가지 이유를 한 문장에 담은 말. 작가의 작업은 그에 대한 딴죽이라고 할까. “손이 바쁘면 발이 하면 되잖아”다. 결국 신체의 절박함을 푸는 건 ‘마음’이란 거다. 회화를 전공한 뒤 사진·영상으로 영역을 넓히고, 발달장애아들과 3년여 진행해온 프로젝트 등 얘깃거리가 많은 작가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복합문화공간에무 갤러리서 여는 기획초대전 ‘온실 속의 노마니즘: 내 발가락은 자유롭다’에서 볼 수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 프린트. 200×300㎝. 작가 소장. 복합문화공간에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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