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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부터 장기소액 연체자 지원 접수를 받은 결과 이달 10일 현재까지 고작 4만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 소액 연체자 지원 접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이달 말까지 받는다. 금융위는 신청 실적이 예상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원 접수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청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으로 우선 정책 홍보 부족을 꼽고 있다. 정작 이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포용적 금융’을 강조해온 금융 당국이 정작 소액 연체자 지원 사업에 너무 엄격한 지원 요건을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사가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악성 부실 채권인데도 지원 조건이 1인 가구 기준 작년 월 소득 99만원 이하로 지나치게 깐깐하다는 것이다. 정책 수혜자가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사업 구조도 문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지원 신청을 하려다가 막상 소득 기준에 걸려 신청을 포기한 사람이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애초 지원 대상 규모를 산정할 당시 금융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최근에야 중복된 대상자를 걸러내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은행과 카드사에서 각각 대출을 받았다면 실제 집계 과정에서는 사람이 아닌 대출 건수(2명)로 파악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출발해 현 정부 국정 과제가 된 장기 소액 연체자 지원 사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정리해 서민 203만 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대로라면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빡빡한 소득 요건을 높이는 등 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지원해 저소득 채무자가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빨리 생산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