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최근 그룹 내 흩어진 방위산업 부문을 통·폐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통합해 규모를 바탕으로 지상에서 하늘, 우주까지 포괄하는 ‘한국형 록히드마틴’ 같은 회사로 변모한다는 구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으며 방산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가 지지부진하면서 이같은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내년까지 있는 대형 군함 수주전에서 밀릴 경우 자칫 ‘알맹이’ 빠진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 여력 없어…수상함 시장 뺏긴 대우조선
대우조선은 2010년대까지만 다양한 대형 구축함을 건조하는 등 수상함 시장의 강자였다. 하지만 잇딴 매각 실패와 경영 악화 장기화로 특수선(방산)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었다. 일부 투자도 상선 분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수주 경쟁에서 HD현대중공업 등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군 호위함급 이상 중·대형 수상함 건조 실적을 보면 2800톤(t)급 대구급 호위함(FFX Batch-Il) 사업을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이 각 4척씩 나눠 수주한 이후 대우조선 실적은 전무하다.
이후 3600t급 충남급 호위함(FFX Batch-Ill)의 상세설계와 초도함은 현대중공업이, 2~4번 함정은 STX조선해양의 특수선 사업부문을 인수한 SK오션플랜(옛 삼강M&T)이 가져갔다. 8100t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정조대왕급) 3대는 현대중공업이 싹쓸이했다. 5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계약도 현대중공업이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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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조선사, 사업 따내려 의도적 인수 방해?
한화는 당초 대우조선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면서 특수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 올해 1분기 내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곧바로 대형 크레인 도입과 도크 보수, 각종 의장작업을 위한 샵 증축 등 특수선 건조시설을 현대화 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관련 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쟁 조선사들의 문제제기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지연 탓에 대우조선에 대한 투자와 이를 통한 사업 본격화가 어렵게 됐다. 당장 5월에 발주되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게다가 하반기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건조 사업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수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대우조선 정상화가 늦어진다.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들이 공정위에 ‘함정 독과점’ 문제를 제기해 인수 절차를 늦추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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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계 관계자는 “함정 자체나 함정 탑재 장비에 대한 원천 기술은 국가 소유고, 입찰을 위해 필요한 자료는 입찰공고나 설명회 등을 통해 모든 입찰 참여자에게 제공된다”면서 “부품 업체가 특정 조선소에만 기술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관련법상 방산기밀정보 유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 조선업체 관계자는 “탑재장비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가격이나 성능 정보, 납기일 등을 갖고 체계종합업체(조선소)를 좌지우지하는 사례들이 많다”면서 “기업 결합에 따른 다른 방산기업과 정부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불식시키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