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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곱버스에 몰려간 건 국내 증시가 계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스피 지수는 작년 7월6일 3305.21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이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던 6월을 거치며 개미들이 하락 베팅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지난 6월 코스닥과 코스피지수는 한 달간 16.35%, 12.27% 폭락했다. 이는 글로벌 주가지수 40개 중 1, 2위에 해당하는 하락폭이다.
하지만 7월 증시가 반등하면서 지수 하락을 예상한 개미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달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인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한 달 수익률은 -10.06%를 기록했다.
증시 반등에 기관과 개인 희비가 엇갈렸다. 같은 기간 기관은 지수 상승 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 7월 한 달간 기관은 코스피200지수 움직임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1725억원어치 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로는 네이버(035420)에 이어 2위다. 한 달 수익률은 +9.96%이다.
기관 순매수 7위를 기록한 ‘코덱스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도 20%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이 상품은 코스닥150 지수 상승률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낸다.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개인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일부터 5일 동안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다. 순매수 규모는 913억원으로 1위이며 지금까지 수익률은 -2.17%이다.
반면 기관은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며 상승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기관투자자들은 코덱스 레버리지와 코덱스 코스닥150 레버리지를 각각 1074억원, 845억원어치 사들이고 있다. 순매수 상위 3개 종목 중 2개가 레버리지 상품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기관은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순매수도 늘리고 있다. 기관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TIGER 원유선물인버스’다. 기관투자자들은 1354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으며 수익률 7.72%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수준인 배럴당 88.50달러로 거래를 마치는 등 경기둔화 공포에 유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손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가격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는 경향성을 가지고 기관이 원유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