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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대한 근거 기반 심리치료로 알려진 ‘행동 활성화 치료’에서는 ‘행동’을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제안한다. 힘든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없애는 것은 어렵지만, 행동은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을 통해 활력을 얻고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해나가면서 선순환의 트랙에 올라타는 것이 행동 활성화의 원리이다.
최근 ‘해방’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 구씨는 우울을 지속시키는 회피의 함정과 행복의 회로를 작동시키는 행동의 힘을 잘 보여준다. 극도의 업무 및 대인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이를 벗어나는 해결책으로 술과 고립을 택한다. 혼자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우울하지 않고 차분해지며 인정이 많아지는 것 같지만, 그 효과는 잠시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는 자신을 한심하게 느끼며 우울은 점점 심해지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술을 마셔야 한다. 회피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하지만 잠깐 도와달라는 이웃집 어르신의 부탁에 그가 응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하루 몇 시간씩 그 집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 집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농사일을 돕기도 하며, 매일 할 다른 즐거운 일도 생긴다.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술을 덜 마시며, 자신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대로 행복해지나 싶을 즈음 일련의 사건들로 회피 회로가 재가동 되고, 그는 아주 형편없어 보이는 생활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절대로 못 할 것 같아 상상만 했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을 어떤 행동을 직접 시도하였고 다시 변화의 기운이 돈다.
구씨에게 일거리를 주고 밥을 챙겨주며 마음 써 준 이웃집 어르신들이나 그를 응원하고 격려해준 염미정씨 덕분에 그가 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 맺기가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 하고는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그가 이웃집 식구들의 권유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이러 저러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경험했던 행복 회로는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를 다시 시도해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삶에서 불행을 완벽하게 제거하거나 피하는 것이 가능할까. 오히려 작은 행동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쌓아 가면 불행의 사이즈는 줄어들 것이고, 마음에 근력이 붙어 불행을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회피의 함정을 벗어나 행복의 트랙을 선택하더라도 첫 걸음을 내딛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럴 때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해보자.
첫째, 작고, 쉽고, 단순한 일부터 시작하자. 등산이나 마라톤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은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긍정적 경험을 하면, 다른 활동을 시도하는 것은 좀 더 수월해진다.
둘째, 주저하게 만드는 생각과 감정이 있더라도 그냥 지금 바로 활동을 시작하자. 이렇게 시작한 행동은 부정적 기분과 생각을 반증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일어날 힘조차 없을 정도로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 즉시 몸을 일으켜보라. 그 순간 당신은 몸을 일으킬 정도의 힘 있는 사람이 된다.
셋째, 다른 사람들과 활동을 공유하고 연대하자. 자신이 한 활동이나 앞으로 할 활동, 활동을 통한 긍정적인 경험 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 하는 것은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해 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된다.
오늘부터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시작해 행복의 사이즈를 매일 조금씩 늘려가 보자. 염미정씨의 말처럼 한 번도 안 해 봤던 것을 하고 나면, 우리는 그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