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사업 부문 매각에 나선 SK에코플랜트를 두고 자본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회사 측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변화에 나서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플랜트 부문 매각을 기정사실화해서다.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부채 축소와 자금 확보 측면에서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을 내리고 있다. 관건은 완전 매각이냐, 일시적인 손바뀜이냐에 쏠린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딜(거래) 구조 등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이번 매각이 ‘파킹딜’(재무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대가로 자금을 빌리는 것)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플랜트 부문 임직원들은 과거 SK TNS 매각 사례를 들며 온전히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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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플랜트 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 총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9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가운데 신설법인 지분 ‘50%+1주’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활용해 4500억원 안팎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두고 업계에서는 ‘IPO를 앞두고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원하는 기업가치에 상장하기 위해 실적이나 재무 등 지표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상반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 오른 338%를 기록했다. 연이은 폐기물 업체 인수로 포트폴리오 변화에 힘을 주고 있지만 불어난 부채 비율을 두고 후한 평가를 할 투자자들은 없다.
특히 건설업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거나 시작과 종료 시점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온전한 수익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 과정에서 차입금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득 될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쉽게 말해 ‘(IPO에) 취약한 부분은 드러내자’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매각으로 얻게 될 4500억원이 추가 폐기물 업체 인수 등의 향후 행보에 밑자금이 될 것이라는 점은 덤이다.
회사 측이 정해진 계획을 밟아나가자 임직원들의 동요 또한 커지고 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전체 직원 4400여명 중 1200여명이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이 어렵지 않은 분야라는 평도 있지만 ‘한 순간에 회사 주인이 바뀔 처지’에 내몰린 임직원들이 느긋하게 바라볼 리 만무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회사 측에서는 임직원들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에 한창이다.
◇ 일시적 손바뀜 VS 장담 못한다…엇갈린 평가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작업은 파킹딜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주인이 바뀌는 것은 맞지만 SK그룹이 재편입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임직원들에게 플랜트 사업 물적 분할 관련 내용을 담은 안내서를 배포했는데 안내서에서 신설법인은 SK그린에너지(가칭)로 지칭하고 있다. 완전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SK란 이름을 남겨둘 리 만무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매각 방식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RCPS 활용법도 파킹딜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경영권 지분과 거의 차이가 없는 지분을 보유하면서 IPO 이후 언제든지 다시 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부는) SK그룹 내에서도 오랜 기간 중용해오던 사업본부”라며 “일정 시기가 지나면 해당 사업부문의 재편입이 유력하게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임직원들은 올해 5월 SK TNS의 매각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계를 2015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SK에코플랜트는 SK TNS RCPS 16만주(50% 규모)를 새로 발행하는 구조로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플랜트 사업 부문 매각 때와 여러모로 닮았다. SK TNS는 2020년 9월까지 5년에 걸쳐 RCPS를 상환한 뒤 올해 5월 SK TNS 보유 지분 전량을 알케미스트파트너스코리아(알케미스트)에 매각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임직원들도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임직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동요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해당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