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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띠가 풀렸다…원이 되지 못한 곡선의 역설

오현주 기자I 2021.06.30 03:30:01

갤러리웅서 '무경계 증거' 전 연 작가 곽철안
아트퍼니처 제작하던 작업서 진화한
기능보다 예술에 집중한 조형물 제작
경계의 벽 허무는 실험작 8점 꺼내놔

곽철안 ‘큐보이드 스트로크’(Cuboid Stroke Double O·2021), 구부린 합판에 안료 도색, 93.5(w)×80.5(h)×30.0(d)㎝(사진=갤러리웅)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돌돌 말린’도 아니고 ‘배배 꼬인’도 아닌 곡선. 일찍이 이렇듯 매끈하게 굽이치는 곡선으론 ‘뫼비우스 띠’가 최고였다.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끊어진 곡선이란 것. 사실 시작과 끝이 분명한 유선은 이미 역설로 보인다. 대개 곡선이라면 앞뒤가 딱 붙은 원이 떠오르니까.

이런 편견에 어깃장을 놓은 작가 곽철안은 그간 공예작품을 주로 제작해왔다. 목재를 주재료로 디자인 감각이 도드라진 의자도 만들고 테이블도 만들고 책꽂이도 만들었다. 이른바 ‘아트퍼니처’라 불리는 기능적 조각. 그러던 그가 근래에 다른 욕심을 내고 있다. 기능을 위해 일정 부분 양보해야 했던 예술을 찾아오려는지.

‘큐보이드 스트로크’(Cuboid Stroke·2021)는 그 시도에서 나온 한 점이다. “경계와 경계 사이를 유영하다 경계의 허점을 찾는” 작업이라는데 종국엔 경계의 벽을 허무는 게 목적이란다. 하지만 그건 작가의 사정일 뿐이고, 그토록 심오한 의미든 아니든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조형물로선 단연 ‘갑’이다. 들여다보는 위치, 시선을 꽂는 각도에 따라 입체감·공간감이 춤을 춘다.

7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갤러리웅서 여는 개인전 ‘무경계 증거’(The Point of Pointless)에 신작 8점을 꺼내놨다.

곽철안 ‘롬보이드 스트로크’(Rhomboid Stroke Single O·2021), 구부린 철에 우레탄 도색, 127.0(w)×79.0(h)×18.0(d)㎝(사진=갤러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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