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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사진)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지방분권은 국가개조 작업”이라며 “정권의 성패여부를 놓고 베팅해야 할 정도로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에서 정치학을 연구하는 한국인 학자다. 1988년 스웨덴의 복지와 사회정책을 연구하고자 유학길에 오른 뒤 30년째 스웨덴 정치를 연구해온 덕에 이나라의 지방분권 과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2016년 ‘스칸디나비아 정책 연구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이 지방분권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바이킹 시대 2500개에 달하던 교구를 지녔던 스웨덴은 1950년대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을 거치면서 290개 코뮌(Commune·기초자치단체)으로 정비했다”며 “복지와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의 책임과 권한을 지방에 넘겼고 그 과정이 결국 스웨덴 지방분권이 뿌리를 내리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 수는 226개다. 인구수가 스웨덴의 5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건 아니다. 그러나 인구 5000명에 불과하는 ‘군’이 있는가 하면 7만명이 거주하는 ‘읍·면·동’도 있는 등 지역간 불균형이 커 통폐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스웨덴의 각 코뮌이 가진 권한은 막강하다. 한국과 달리 개인소득세 100%를 지방세로 거둬 재정이 풍부하고 병원비나 버스비, 오물세, 상하수도세율 등도 코뮌에서 결정한다. 지역 내 학교 교장도 코뮌시장이 임명한다.
권한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예산법상 기초자치단체가 파산하면 중앙정부 도움 없이 3년 안에 다시 스스로 흑자 재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의 의사결정 권한 범위가 좁고 중앙에서 시키는 일에만 매달리기 일쑤인 한국과는 정반대다.
지방분권은 중앙이 지닌 많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 각 지방의 특성에 맞는 정책운영의 토대를 마련해주되 그 책임 또한 지방에 묻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한국은 부패 토호들이 난립하고 지방 공무원의 자질도 부족한게 사실”이라며 “환골탈태하는 수준으로 공무원 교육을 시키고 지방에 재정을 넘겨주는 만큼 이를 감시하는 중앙의 관리감독과 시정명령권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찰경쟁과 조달에 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부패 토호들이 득세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방법론적인 것들에 앞서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우리가 왜 지방분권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법률상 명확한 근거, 나아가 정권 교체와 무관한 추진 동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분권은 정치와 의식, 공무원, 행정, 시스템 등 모든 걸 처음부터 뜯어고치는 일이다. 이번 정권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2~3번의 정권에 거쳐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는지와 무관하게 확실한 목표의식과 추진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분권시대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과 복리증진에 대한 것”이라며 “‘지방이 강한 국가가 강하다’라는 명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지방분권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