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월가를 방문해 "신뢰"를 강조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러나 정작 월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오전장 대체로 강세를 유지하던 다우와 나스닥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 직후 하락세로 반전,장중 낙폭을 오히려 크게 키웠다.다우지수는 1.93%(179포인트) 하락하며 9100선이 무너졌다.나스닥 역시 1.7%(25포인트) 하락하며 1400선을 하회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월가를 방문,"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적 기준"이라며 "우리는 지금 책임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미 행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기업들의 회계부정이나 재무 사기행위를 전담하는 "특별 기구(SWAT)"를 법무부산하에 두겠다고 밝혔다.이와함께 기업 사기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선 현재의 법정 최고형량을 10년으로 두배 이상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월가는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싸늘하게 반응했다.부시가 연설을 시작할 때만 해도 견조한 상승 랠리를 보였던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부시의 연설중에 빠르게 하락하더니 연설이 종료된 직후 마이너스권으로 돌아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확대했다.
조셉 스티븐슨 증권의 도널드 셀킨 리서치 팀장은 오후장 들어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반전한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상승장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물론 부시 연설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셀킨은 "부시의 연설은 그 자체적으로 상당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며 "일반 대중은 보다 강력한 회계관련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대형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연방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평가는 상당히 양호한 것이다.회계 부정에 대한 부시의 이해와 이에 기초한 처방은 월가로부터 "냉소적인 실망감"을 자아냈다.
기관투자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브루스 레이너는 "부시는 기업들의 회계 부정을 일종의 사기행각으로 접근하면서 시스템의 정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라고 밝혔다.
뉴욕 검찰총장 엘리엇 스파이저도 "대통령이 실질적인 개혁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엘리엇 스파이저는 "기업들의 회계문제는 단순히 몇몇 경영진을 감옥에 보내는 문제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빅토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수석 트레이더인 브라이언 피어스는 "시장은 부시의 연설에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어떤 특별한 언급도 없었다"고 밝혔다.
PNC어드바이저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인 제프 클라인토프 역시 "부시는 회계 스캔들에 연루된 기업인들에게 감옥생활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의 조치는 충분치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티즌펀드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부시의 연설은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너무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처벌보다는 구체적인 예방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부시가 월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월가의 부시에 대한 메시지는 "냉소"였다.부시가 군수산업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통보수주의자란 점에서 월가와의 거리감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도 월가의 전략가들은 "뉴욕증시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여러가지 징후"들에 대해 언급했다.전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토마스 맥마너스와 RBC 데인 로셔의 로버트 딕키에 이어 오늘은 모건스탠리의 스티브 갈브레이스가 바닥론에 가세했다.
모건스탠리의 갈브레이스는 "현 주식시장이 아주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인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며 "S&P500 기업들의 경우 2년전에 순익의 39배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현재는 불과 순익의 1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갈브레이스의 결론은 정말 수년만에 처음으로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살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바닥론은 근 한달간 계속되고 있다.문제는 매도세가 다소 주춤해질만하면 또 다른 회계부정 사건이나 악재가 터져 투자자들이 매도할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월가의 "바닥론"이 완전히 "바닥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