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트러스, 못난이 감귤로 ‘한 잔의 섬’을 빚다[전통주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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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5.10.05 07:05:48

신례리 140여 농가와 함께 빚는 제주의 술
발효·여과·증류·참나무통 숙성으로 완성한 감귤주 라인업

짐작은 ‘헤아림’을 의미하는 단어로 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헤아릴 짐(斟), 따를 작(酌). 술병 속에 술이 얼마나 있는지 헤아린다는 뜻으로 ‘술을 남에게 잘 따라주는 일’에서 ‘상대를 고려하는 행위, 사안의 경중을 헤아리는 작업’까지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우리 전통주, 잘 헤아려보겠습니다.

[서귀포(제주)=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햇살 좋은 서귀포시 신례리에서 감귤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됐다. 신례리는 감귤의 고장 제주에서도 귤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상품성 좋은 귤을 좇다 보니 생김새가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작은 귤들이 훌륭한 맛에도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신례리 140여 감귤 농가가 뜻을 모아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시트러스는 이 감귤의 가치를 술로 되살리기 위해 설립됐다.

껍질을 벗긴 제주 감귤을 100% 착즙해 발효하고 저온 여과·증류·참나무통 숙성까지 더해 ‘병 속의 제주’를 구현한다.

김공률 시트러스 대표는 “맛은 좋지만 너무 크거나 작은 감귤”의 출구를 찾다가 주류업계 베테랑 이용익 공장장과 손을 잡으면서 감귤주 상용화의 길을 택했다.

2014년 제조면허 취득과 공장 준공 이후 감귤주 상용화에 속도를 냈고 이후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우리술 품질 인증’ 등을 거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지역 농업과의 상생이 이제 궤도에 접어들었다. 못난이 감귤은 계약수매로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착즙 후 과피·펄프는 건조·분쇄·추출 공정을 거쳐 술의 원료로 재탄생한다. 부산물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가치’다.

농가 입장에서는 폐기물 처리비와 손실을 줄이고 양조장 입장에서는 일관된 향 프로파일을 확보했다.

시트러스의 제조 공정은 단정하다. 껍질을 벗긴 제주 감귤을 착즙해 자체 연구 효모로 저온 발효한 뒤 정밀 필터로 깨끗이 여과한다. 발효 원액의 맑은 부분만 분리해 저온에서 증류하고 일부는 참나무통에서 숙성해 깊이를 더한다. 술의 ‘정도’다.

이용익 시트러스 공장장이 오크통에 보관된 시트러스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품은 크게 넷으로 나뉜다.

‘혼디주’는 제주 하늘과 바다의 이미지를 입힌 감귤 와인으로 차갑게 마실 때 향이 살아난다. 혼디는 시트러스의 기본이다. 제주말로 ‘함께’를 뜻한다. 마을 공동체가 함께 키운 감귤을 함께 빚고, 함께 나눈다는 철학이다.

‘마셔블랑’은 감귤·한라봉 착즙액에 4~5월 감귤꽃꿀을 더해 저온 발효·숙성한 계절감 있는 과실주다. 마시다와 화이트와인을 뜻하는 프랑스어 블랑의 합성어로 봄의 꽃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미상25’는 증류 라인업이다. 발효 원액을 두 번 증류해 저온 숙성으로 매끈한 마무리를 냈다. 맛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작명이다.

플래그십 제품인 ‘신례명주’는 두 번 증류한 원액을 참나무통에서 1년간 숙성한 감귤 브랜디다. 시트러스가 생긴 신례리를 이름에 담았다. 바닐라와 스모키 노트를 동반한 황금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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