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데뷔한 골드키위새의 작품을 볼 때면 오래 전 단행본 수집의 재미를 알게 해줬던 작가들의 작품이 떠오른다. 왜 그랬을까, 오래 전 순정만화 주인공들은 상당수가 서구적인 외모와 체형을 갖고 있었고,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곤 했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골드키위새의 작품에서는 오래 전 만화들처럼 서구적인 외모를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적인 외모와 동양적인 외모의 등장인물들이 뒤섞여있거나, 동양인이지만 서구적인 체형을 갖고 있을 때도 있는데, 희한하게도 어색하지 않고 웃음 요소가 된다.
단순히 만화의 그림만 오래 전 순정만화 스타일인 것은 아니다. 줄거리에 있어서도 순정만화의 공식을 따르는 듯 한데, 어느 순간 예상을 뒤집는다는 점이 과거 순정만화와 다른 점이다. 또 하나 두드러진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여주인공들이 순응적이거나 온순한 성격이 아니라 관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때론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드라마화로 이어진 ‘죽어도 좋아♡’의 이루다와 ‘푸른 눈의 책사’의 해안이 그렇다. 그 점이 요즘 세대에게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푸른 눈의 책사’로 돌아 온 골드키위새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만화의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로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그이지만 평소 성격은 걱정도 많고 내성적이라고 한다. 내성적이어서 밖으로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개그감각을, 다른 많은 작가들처럼 만화로 해소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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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순정 히포크라테스 완결 후기가 2023년 4월 22일에 올라왔고 푸른 눈의 책사 첫 연재가 2024년 11월 19일에 시작되었으니 2년 안에 돌아온 셈이로군요!
△푸른 눈의 책사 소재는 어디서 떠올렸나요.
푸른 눈의 책사 자체는 불현듯 떠오른 여러 장면들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이야기라 출처가 따로 없을 것 같고, 1화의 소재는 순정 히포크라테스 연재 후에 떠난 가족 여행에서 떠올렸습니다. 순천에서 아주 길고 끝없는 갈대밭을 보았는데 이곳에 숨으면 누구도 찾을 수 없겠구나 싶더라구요. 키 비주얼의 소재가 된 곳입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반토막’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느낌보다 비중이 높더라고요. 거의 푸른 눈의 책사와 비등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토막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했나요. 반토막의 이름은 남들과 다른, 작중에서 흉하다고 느껴지는 외모 때문에 지어졌는데 사실 만화상으로는 귀여워보이기도 합니다.
반토막은 세상에 나아가 명리를 얻고 싶어하는 인물인데요. 명리는 한자로 풀어 쓰지 않고 뜻을 찾았을 때 <자연의 이치>, <명예와 이익>, <임금이 임명한 벼슬> 이렇게 다양한 뜻이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반토막이 추구하는 명리가 어떤 것인지 찾아가는 게 재밌는 방향이라고 생각했고요.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딛는 느낌으로 캐릭터 디자인도 신생아의 얼굴을 모델로 해서 그리고 있는데 그래서 귀여움을 느끼시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독자님들이 많이들 귀엽다고 해 주셔서 약간 저도 의식해서 귀엽게 그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작품 소재가 매번 예측불허인 듯 합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여성이 굉장히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전통적인 여성상이 아닌, 진취적이면서 강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의지가 강한 인물들인 것 같습니다. 때론 광기 있는 모습까지도 엿보이는데요.
따로 꿈꾸는 여성상이 있는 건 아닌데 제가 강하거나 진취적인 타입이 아니라 무의식 중의 추구미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의지가 강한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게 창작하는 제 입장에서 쉬운 느낌도 있고요. 그렇다고 제 캐릭터들이 마냥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구요. 작품 안에서 그들의 나약함과 불안함을 함께 넣어 두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좀 더 인간답게 조형될 수 있었으면 해서요.
△연재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나요.
만화가는 항상 연재 기간을 비장하게 잡아도 틀리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제가 예측해도 틀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건강과 연재처가 허락된다면 구상한 장면은 모두 그리고 싶습니다. 전작 순정 히포크라테스보다는 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죽어도 좋아♡는 작가의 개그 감각을 정말 마음껏 뽐낸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정말 저도 소리 내어 많이 웃었던 작품입니다. 남들을 웃길 때 희열을 느끼는 편인가요.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남들이 제 개그에 웃어 주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없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은 아니고 비관적인 쪽에 가까운 성격이랍니다. 걱정도 많고 내성적이기도 하고요.
찾아보니 의외로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가지시는 분들도 저와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이런 부분이 한쪽 눈이 나빴을 때 다른 한쪽 눈을 보완해 주는 것처럼 개그력을 강화시켜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웃김의 요소가 없는 만화가 푸른 눈의 책사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보니 또 은근 개그들이 나와서 마냥 진지한 만화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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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홍보 만화 제작이 처음이었는데요. 회사 측에서 자유도를 많이 보장해 주셨고 빨루 님의 초월 작화 덕에 완성도 높게 제작되었어요. 독자분들 댓글 반응도 좋아서 카카오페이지 2024 리포트에도 올라보고 너무나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만화 그릴 당시에만 해도 당연히 축제에 갈 수 있을 줄 알고 방문한 장면을 그려 넣었지만 실제론 축제 기간과 차기작 런칭일 사이에 여유가 없어서 방문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직접 축제에 방문하신 분들의 사진을 통해 즐거움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등신대와 스티커까지 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G(행사 캐릭터)는 골드키위새 캐릭터가 모델인 캐릭터라 등신대 제작이 가장 특이한 경험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든 작품이 자식 같겠지만, 지금까지 그린 웹툰 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예전 인터뷰였다면 저의 아픈 손가락 메지나라고 했겠지만 메지나는 이제 아픈 손가락으로 남기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아 저에게 너무나 좋은 기억이 된 작품입니다. 플랫폼을 옮기는 등 여러 일도 있었고 저도 포기해야 하나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인생에서 잘한 일을 손에 꼽을 때 메지나를 포기하지 않고 완결낸 것이 꼭 들어갑니다.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네요. 메지나는 현재 고향으로 돌아와 카카오웹툰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작가가 되었는데, 웹툰 작가의 삶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출판 만화 쪽에서 짧은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다 좀 더 자유롭게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아마추어 투고란에 올렸었고 카카오 웹툰 쪽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뭘 해도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근성 없는 스타일인데 만화는 14년째 정말 꾸준하게 그리고 있네요. 그만큼 제게 만화 창작은 정말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입니다. 만화가는 자신의 인생을 쪼개서 새로운 인물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