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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싹쓸이' HUG…빌라 낙찰 16년만 최다, 낙찰가율 들썩

박경훈 기자I 2024.06.10 05:00:00

HUG 지난달 직접 경매 낙찰참여, 302건 쓸어
전세사기 후속 대책 '든든전세' 도입하면서 변화
HUG가 내놓은 물량, 평소 시장서 100여건 소화
낙찰가율 75%까지 올라…HUG "매달 500건 받겠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난 4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법원 경매에서 서울 수유동의 한 다세대주택이 2억 4788만 4000원(낙찰가율 84.9%)에 주인을 찾았다. 2위와의 입찰금액 차이는 1010만 4000원. 낙찰자는 채권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셀프 경매’를 받은 것이다.

HUG가 지난달에만 무려 300건의 빌라(다세대·연립과 주거용 오피스텔 등)를 낙찰받는 등 경매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맞춰 전국 빌라 낙찰 건수는 16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HUG가 전세사기 물건을 직접 낙찰받아 공공임대사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생긴 일이다. HUG가 평소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했을 물건까지 싹 쓸어가면서, 일반 경매 시장 낙찰가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9일 HUG에 따르면 지난달(5월 7일~31일) HUG가 경매시장에서 직접 낙찰받은 빌라는 302가구다. 4월까지만 해도 HUG는 대위변제 후 채권회수를 위해 경매시장에 물건을 넘기는 역할만 해왔다.

HUG가 직접 낙찰에 나선 이유는 매입임대주택인 ‘든든전세제도’를 도입하면서다. 든든전세는 시세 90% 수준의 전세 형태로 최장 8년간 임대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HUG는 ‘공공주택 사업자’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HUG 관계자는 “HUG가 직접 경매시장에 참여함으로써 보증사고에 따른 경매물량 증가로 인한 경매절차 지연과 과도한 낙찰가율 하락을 방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UG는 올해만 3500가구, 내년 6500가구 등 총 1만가구를 경매 시장에서 낙찰받겠다는 목표다. 흥미로운 점은 HUG가 경매 시장 큰 손으로 나서며 벌써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HUG가 경매시장에 넘긴 주택 중 일반 시장 참여자들이 받은 낙찰건수는 월 100여건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봐도 HUG가 경매 시장에 넘긴 물건 중 일반 참가자들이 낙찰받은 물량은 155건(1월), 132건(2월), 77건(3월), 4월(113건) 등 총 477건(낙찰가율 68.3%)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총 844건, 2022년에는 모두 합해 459건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HUG가 지난달 300건이나 되는 숫자를 한꺼번에 받은 것이다. 평소였으면 당장 소화가 안 됐을 물건까지 HUG가 셀프 낙찰로 쓸어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달 전국 빌라 경매 낙찰건수는 1005건(낙찰률 25.7%)으로 2008년 3월(1013건) 이후 16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4월 낙찰건수는 632건(낙찰률 17.7%), 3월은 522건(낙찰률 18.7%)에 그친 것에 보면 확연히 대비된다. HUG가 낙찰받은 300건이 전체 빌라 낙찰건수와 낙찰률을 동시에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낙찰가율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69.7%에 불과하던 낙찰가율은 66.2%(2월) → 71.0%(3월) → 75.0%(4월)에 이어 지난달 77.3%까지 올랐다. 경매학원을 운영 중인 이성재 베프옥션 대표는 “예전이면 물건 10개 중 10개를 모두 도전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중 3개는 HUG가 가져가는 분위기”라면서 “수강생들도 최근 들어 패찰하는 경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HUG의 경매시장 교란은 이제부터라는 관측이다. 올 연말까지 3200건, 한 달에 무려 530여건을 낙찰받아야 올해 든든전세 목표치(3500가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HUG가 낙찰받는 물건 중에는 단독입찰도 많다”면서 “일반 참가자들이 입찰을 안 할 물건까지 HUG가 가져가면 자연스레 경매시장 전체 낙찰가율을 끌어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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