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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중금리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자체 재원으로 공급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이다.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KCB 기준 850점 이하) 차주에게 권역별 금리 상한선 이하 이자율로 취급하면 민간 중금리대출로 인정된다. 하반기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은행 6.79%, 상호금융 9.01%, 카드 11.29%, 캐피탈 14.45%, 저축은행 16.3%다. 상반기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기존 대비 은행과 카드는 0.29%포인트, 캐피탈 0.45%포인트, 저축은행 0.30%포인트, 상호금융 0.5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결과다.
모든 금융권의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2016년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1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이 신규 공급돼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중금리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고신용자에게 책정하는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어 중저신용자 대상 금리가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에 점점 다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신용점수 801~850점 차주에게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은행별로 5.68~6.29%에 이른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는 이들 차주에게 6.77%, 카카오뱅크(323410)는 7.39% 금리를 매겼다.
여신전문금융업계 사정도 다르진 않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중금리대출은 금리변경 시점의 전전월말 신규 여전채(카드 AA, 캐피탈 A-, 3년물) 발행금리가 금리 상한 요건으로 쓰인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는 지난 5월 말 3.849%였으나, 지난 24일 현재 4.582%로 0.733%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A- 3년물은 5.291%에서 6.299%로 1%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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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사들이 중금리대출 금리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급격히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정부가 인센티브(중금리대출 비중 확대 등)를 부여하고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취급하는 상품이다. 금융사가 높아진 조달금리를 감내하지 못해 인센티브를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중·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책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직은 중금리대출을 공급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당장 중금리대출 금리상한 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상한 조정을 반기마다 하기로 한 점을 최근 발표한 터라 정책 방향을 번복하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내년부턴 조정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당국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때 금리 조정 주기를 반기로 할지, 분기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중금리대출도 시중금리에 연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반기마다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