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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수시 검사를 진행했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이번 조사 판단에 따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넘어가게 되고,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한 제보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이 대표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펀드에 투자해 자본시장법을 어긴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존 리 대표는 자신의 친구가 2016년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P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 약 6%를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펀드는 메리츠운용이 2018년 출시한 ‘메리츠마켓플레이스랜딩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펀드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리 대표는 P2P 4개 사모펀드를 배우자가 지분 일부(현 지분율 6.57%)를 소유하고 있는 P사 상품에 투자한 사실을 직접 밝혔다.
자본시장법 84조에 따르면 펀드 상품 운용 집합투자업자는 집합투자재산을 운용에 있어 이해관계인과의 거래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여기에서 이해관계인 범위 내 △펀드운용사의 임직원과 그 배우자 △펀드운용사 대주주와 그 배우자가 포함된다. 하지만 배우자가 투자한 회사에 대해선 범위가 뚜렷하지 않다. 메리츠운용은 “배우자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법상 이해관계인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위법 여부는 금감원이 가리겠지만, 우선적으로 이를 걸러내지 못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운용사들은 각각 내부 통제를 위한 위험관리위원회격 조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 44조 ‘이행상충의 관리’ 조항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업자와 투자자 간 △특정 투자자와 다른 투자자 간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가능성을 파악·평가하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른 내부통제기준이 정하는 방법·절차에 따라야 한다.
만약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을 파악·평가한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 사실을 미리 투자자에게 알려야 하고,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해상충 가능성을 낮추는 게 어렵다면 거래를 해선 안 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가정해본다면 내부 준법감시를 통해 배우자가 투자한 회사인 점을 인지했을 시 펀드 매니저나 본부장, 준법감시인이 그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누군가 제동을 걸었다면 이익·규모를 따져봐도 굳이 투자해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스크리닝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혹은 내부적으로 운용 자율성 측면에서 스크리닝이 안 됐거나, 간과했거나 걸러질 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투자 사실을 언제 알렸는지, 회사가 인지했음에도 투자했을 때 검토를 했는지 여부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법 여부를 떠나 존 리 대표의 경우 ‘투자 대가’로 불리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망을 쌓아온 인물인 만큼 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메리츠운용 측은 해당 사모펀드에 대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에 대한 피해가 전혀 없다”고 했지만, 투자 과정에 있어 신뢰를 저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내가 법을 잘 지킨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문제가 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 감각과도 관련된 문제로 보여진다.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 것”이라며 “내부 제보로 알려졌는데, 만일 제보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소 인품을 봐선 그렇게 하실 분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운용업계 위축도 우려돼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존 리 대표 사태에 대해 “그 부분 점검했고 살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