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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전국 17명의 시·도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초·중등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다루는 연간 예산만 총 82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19조원이, 서울은 10조원이 넘는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방교육차지법에 명시된 교육감 권한은 △예산안 편성·제출 △교육규칙 제정에 관한 사항 △학교·교육기관 설치·이전·폐지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사항 등 총 17가지다.
교육감의 권한 중 대표적인 게 관내 학교 신설이나 폐지권한이다. 2019년 교육계를 흔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논란의 결정 권한도 교육감에게 있다. 물론 교육부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평가를 통해 특정 학교의 자사고 지위를 유지·박탈하는 권한은 1차적으로 교육감이 가진다.
교육감은 학생·학부모에게도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교사의 체벌이나 소지품검사를 금지할 수 있으며, 학원 심야학습 제한으로 학생들의 귀가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학교시험에서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율도 시도교육감에게 달렸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갖지만 직선제 이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감선거 자체가 정치화되면서 이를 통해 선출되는 교육감 정책도 ‘학생교육’보다는 이념성향에 충실한 경우가 많아서다. 보수성향 교육감은 자사고를 늘리고, 진보성향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 때 서울에서만 27곳에 달했던 자사고는 진보교육감 집권 8년차에 접어들며 18곳으로 줄었다. 반면 2018년 지방선거에선 진보성향 교육감이 전국 14개 시도에서 당선된 뒤 1164곳(2017년)이던 전국 혁신학교 수는 1928곳(2020년)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탈정치화를 위해서라도 교육감직선제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후보자를 추천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제가 좋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러닝메이트제가 차선책”이라고 지적했다. 러닝메이트제는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와 동반 입후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제도다. 간혹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이념성향이 달라 교육정책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예 직선제 도입 이전의 임명제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민의로 선출된 대통령이 시도교육감을 임명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교육감 임명권을 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지자체장이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자신의 교육 정책을 가장 잘 펼칠 인물을 임명하면 ‘지방교육자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자체장과 교육감 간 성향이 달라 엇박자를 내는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에서도 직선제보다는 임명제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프랑스는 총 30명의 교육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독일도 주지사가 우리의 교육감에 해당하는 주교육부장관을 임명하고 있다. 미국은 25개 주에선 주 교육위원회가, 11개 주는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한다. 나머지 14개 주만 직선제로 교육감을 뽑고 있다. 영국은 지방의회에서 선임된 교육위원들이 교육감을 임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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