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초승달이 뜬 밤 똑 닮은 부엉이 두 마리가 뭔가 얘기 중이다. 말하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특별한 게 보인다. 대화에선 빠질 수 없는 그것, 커피다.
커피는 작가 안윤모(57)가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20년이 훌쩍 넘었다. 1996년 ‘커피 소사이어티’ 전으로 운을 떼었으니까.
이유는 단순하다. “느림의 미학을 전하고 싶어서”란다. 커피 한 잔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은 현대사회를 사는 방법이란 거다. 그저 테이크아웃으로 손에 쥔 듯한 그것이 아닌 주저앉아 진짜 느긋하게 즐기는 내면의 휴식, 사색의 시간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오랜 대화’(Long Conversation·2019)는 그렇게 나온 작품이다. 작가가 늘 키워드로 삼는 정겨운 소재는 그대로 데려다 놨다. 쌍을 이룬 부엉이, 맑은 달밤, 여기에 도시 혹은 문명의 풍경까지.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제안이다.
8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공동 2448문화인아츠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커피와 예술’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60×72㎝. 작가 소장. 2448문화인아츠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