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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산불 피해 복구,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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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19.04.10 05:00:00
[강선우 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틀에 걸친 거센 화마는 강원도 고성과 속초를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만들어 놨다. 빚을 조금만 더 갚고 나면 이제 살만하겠다던 주민의 삶도, 소소하게 농사지으며 명절 때면 자식들 방문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삶도, 모두 하루아침에 그라운드 제로, 아니 그라운드 마이너스의 절망 위로 내 던져졌다.

지난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과 강릉 옥계면 남양리, 인제군 남전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면서 무려 530ha에 달하는 산림을 집어삼켰다. 이는 축구장 면적 742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강원지역 주민들이 산불을 처음 겪는 건 아니지만, ‘산’에만 머물던 ‘산불’이 이번엔 집이며 논밭, 축사할 것 없이 대대적으로 번져 그 피해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각 방송사들은 경쟁하듯 고성·속초 화재현장을 생중계했다. 피해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화마가 마을을 덮쳤을 때 언론을 통한 도움이 가장 절실했던 건 고성·속초 주민들이었을 테다.

불에 타고 있는 마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는 게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을까. 화재현장 생중계보다는 추가피해를 막기 위한 행동요령, 안전한 대피요령 등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고성·속초에 가족이 있는 국민들은 TV를 통해 보고 들은 안전 정보를 전화로라도 전하고 싶었을 테다. ‘무엇을? 재난 상황을’, 그렇다면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작동한 덕분에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지난 2017년 6월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안전처 산하 조직이던 소방본부가 ‘소방청’으로 분리 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 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인정될 때 각 시도지사에게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방력을 동원할 것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국 소방차량의 15%, 가용 소방인원의 10%가 이번 산불 진화에 전격 투입됐으며, 872대의 소방차가 전국에서 신속하게 모일 때 서울-양양고속도로도 한 몫을 했다.

중앙정부차원의 지원, 군과의 유기적 협력, 지역 행정 인력의 발 빠른 대처도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 돌아갔다. 고성군에 위치한 고려노벨화학 창고에 보관된 뇌관 2900발과 폭약 4984kg은 속초경찰서 생활질서계에서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겨 폭발을 막을 수 있었고, 지정문화재인 속초 보광사 현왕도도 산불 발생 직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문화재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병력과 장비를 지원했다. 물을 퍼 올려 특정 지역에 투하할 수 있는 ‘밤비 버킷’을 장착하고 있는 2대의 UH-60 헬기(블랙호크)를 동원해 산불 진화 작업에 함께 했다.

주불, 잔불이 모두 잡히긴 했으나 침엽수의 특성상 그 진액이 2차 발화의 원인이 된다고도 하니, 앞으로 최소 며칠간은 정말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뒷불 저지 총력과 함께 이제부터가 국가 대응의 새로운 시작점이 돼야 할 때다. 피해 조사 본격화와 함께 화재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관리 부실의 여지, 이를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묻고, 실질적인 재발방지책도 함께 내 놓아야 한다.

매년 봄철 건조한 날씨와 함께 산불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이미 예고 돼 있던 바이다. 이와 관련한 안전 교육이나 대응 훈련 상황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고 그 속에서 정부가,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은 없는지 톺아보아야 한다.

재난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피해 지역과 피해 주민들이 재난 이전의 삶과 최대한 가까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 답이다.

이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는 재난은 그 정답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합의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는 국민들의 공감과 도움이 필수적이다. 혹시 모를 이해충돌을 조정하고, 합의에 이르는 동안 새롭게 생겨날 수밖에 없는 갈등을 봉합하는 일은 정치권의 몫이다. 강원 산불 피해 지역 복구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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