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ABS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14년 기자를 만났을 때, 나고야의정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강조한 말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인 ‘유전자원’을 갖고 의약품·화장품 등을 만들어 수익을 내면 해당 이용자가 제공자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 협약이다. 제품 디자인이나 물질에 대한 특허처럼 유전자원에도 이익공유에 대한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이 협의한 것이다.
이에 제약사가 천연물 소재 등 유전자원 관련 물질로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정한 범위에서 기업 간 협상을 거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익 공유 비율을 약 3%로 가정하면 국내 제약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연간 약 600억~7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유전자원에 대한 연구범위와 활용도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최 교수가 나고야의정서 관련 국내법 제정을 촉구한 2014년은 우루과이가 나고야의정서에 50번째 국가로 참여하면서, 발효 요건인 50개국 비준을 충족해 10월 12일 나고야의정서가 정식 발효된 시점이다. 당시에도 제약업계에서는 사전 인프파 구축, 국가간 논의 확대,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땅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일본, 유럽 등 국가들이 발빠르게 관련법을 제정하고 로열티를 받아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 오는 18일부터 나고야의정서가 정식 적용되는 우리나라는 제약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국내 제약사는 법률적 지원과 컨설팅 등이 부족하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과 국가간 협상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유전자원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유전자원 제공국과 적극적인 논의를 진행해 향후 기업간 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야하며, 당사자인 제약사는 유전자원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 역량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