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1.0mg’은 약 1㎝ 크기 알약 하나의 보험약가가 6497원이다. 하지만 바라크루드보다 알약 크기가 조금 큰 ‘바이엘아스피린정500mg’은 21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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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보험약가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보건당국이 정한 보험상한가를 의미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에 한해 제약사가 최대 그 금액까지 팔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책정해 준 가격이다. 물론 제약사가 그 가격 이하로 판매해도 문제는 없다.
건강보험 의약품의 가격은 다른 공산품과는 달리 정부가 지정해준다. ‘약값의 일부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해줄테니 제약사는 정부가 지정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라는 원칙이자 사회적 합의다.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약값을 대신 내 주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다.
보험약가는 약을 개발한 제약사와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보건당국과의 협상을 거쳐 결정된다. 최초 제약사가 신약의 시판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으면 보건당국에 건강보험 약가를 신청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약물의 해외 가격, 유사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의 가격 등을 검토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적정 보험약가를 책정한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보상받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최대한 비싼 가격을 받으려고 애를 쓴다.
현행 약가제도 체계상 이미 유사한 치료제가 있을 경우 기존 약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반면 기존에 치료제가 없었던 획기적인 약은 해외의 약가가 참고가 된다.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가격 대비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따져보는 ‘경제성’이 입증돼야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이를테면 해당 약이 없을 경우 천문학적인 치료비가 든다고 판단되면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구조다.
물론 제약사들이 정부가 정한 보험약가를 거절하고 비급여로 팔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환자들이 저렴한 약을 두고 비싼 제품을 구매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신약을 그대로 본따 만든 복제약은 신약 가격의 일정 비율(최초 59.5%, 1년 후 53.55%)로 자동으로 결정된다.
현재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은 1만7172개 품목이다. 지난 16일 기준 국내 허가를 받은 3만9883개 의약품 중 42%가 보험 의약품으로 등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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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피스템은 국내업체가 개발한 3번째 줄기세포치료제로 크론병 누공 치료제로 사용된다. 크론성 누공은 희귀질환인 크론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직장에서 항문주변 피부까지 염증이 관통돼 생긴 구멍을 말한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레모둘린주사5mg/㎖’은 20㎖ 한 병의 보험약가가 1120만원이다. 야간혈색소뇨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솔리리스주’는 736만629원의 가격으로 등재됐다. 보험약가가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제품은 505개에 달한다.
반면 알약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의약품은 한센병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태준디디에스100mg’로 보험약가는 7원에 불과하다.
쓸데없는 상상을 한번 해봤다.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을 모두 한번씩(알약은 1개, 액제는 1㎖, 연고는 1g) 복용한다면 총 약값은 얼마일까. 답은 3억1648만9907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