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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자동차로는 가보기 힘든 시골 간이역의 고즈넉함, 낯선 이의 방문이 더 신기해 되레 여행객들을 구경나온 늙은 촌부의 모습. 도회지의 복잡함이나 산만함과 사뭇 다르다. 열차여행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 묘미가 남도의 구불구불한 해안을 따라 펼쳐질 예정이다. 남도의 명소를 이어 달리는 남도해양관광열차(S트레인)가 27일 첫 운행에 들어간다. 이용하는 이 없어 철길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그 위를 다시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열차가 달린다. S트레인은 중부내륙순환열차(O트레인)과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에 이어 코레일이 세 번째로 개통하는 관광열차. 본격적인 열차관광시대가 열린 것이다. 팽정광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S트레인은 코레일이 추진하는 5대 관광벨트 중 두 번째 선보이는 열차”라며 “‘S트레인’ 운행이 남해안권 관광활성화 및 동서통합과 지역 상생발전의 한 획을 긋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연 담긴 역사 ‘BEST 4’
S트레인은 두 대가 편성돼 매일 오전 전라도와 경상도를 서로 마주 보며 각각 출발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구포~진영~창원중앙~마산~진주~북천~하동~순천~여천을 경유해 여수엑스포역까지 250.7㎞를 3시간 58분 동안 달린다. 이어 광주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광주송정~남평~보성~득량~벌교~순천~하동~북천~진주를 거쳐 마산역까지 212.1㎞를 5시간 30분에 걸쳐 운행하며 두 열차는 하동에서 만나게 된다. 순천·하동·북천·진주·마산 구간에서 두 열차는 교행한다.
S트레인이 정차하는 주요 역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도 곳곳의 이름난 관광지와 연결된다. 근대 문화유산인 남평역, 추억의 거리가 조성된 득량역, 코스모스가 열차를 감싸는 북천역은 역 자체가 관광콘텐츠다. 이밖에도 진주·하동·순천·여수엑스포·벌교 등 남도의 이름난 관광지를 두루 둘러볼 수 있게 했다. 황금빛으로 변한 들녘과 정겨운 시골마을,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강과 섬진강을 지나 이윽고 다다른 순천만. 그림 같은 풍경들이 기찻길을 따라 펼쳐진다. 남도해양관광열차(S트레인)가 지나는 역에는 저마다 수많은 이야기와 눈이 시린 볼거리가 넘친다. 그중 역사(驛舍)가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미리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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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역사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의 배경이자 슈퍼스타K 서인국의 ‘부른다’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외관도 특별하다. 역무실 돌출 부분의 지붕이 맞배가 아니라 모임지붕을 하고 있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변은 잘 정비돼 있다. 오솔길을 따라 정원이 있고 고목들이 늘어서 있어 고즈넉하다. 역 주변에는 나주목사의 관사였던 내아가 있다. 조선 중기 관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관리들의 살림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대 나주목사 중 백성들에게 가장 존경을 받았던 유석중 목사와 김성일 목사의 이름을 딴 방에서 민박을 할 수도 있다. 고대 무덤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근처의 반남고분군도 같이 들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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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거리 ‘득량역’
득량역의 매력은 ‘촌스러움’이다. 역 앞 거리풍경은 1970~1980년대에 멈춰 있다.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가 벽에 매달려 있고 행운다방도 있다. 37년째 역전이발관을 운영하는 공병학 이발사가 이 ‘추억의거리’ 주인이다. 외관은 1970년대 모습 그대로지만 이발요금은 150원에서 1만 1000원으로 시간의 간격만큼이나 올랐다. 이 거리는 2011년 문화디자인프로젝트 간이역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거리에는 총 7개의 전시 공간이 있다. 역전이발관, 장난감 가게, 득량상회, 득량역, 역전만화방, 득량초등학교, 행운다방 등을 기존의 빈집이나 빈 점포를 활용해 꾸몄다. 각각의 공간에 그 시절에 맞는 소품들을 채워넣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행운다방’의 커피 한잔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는 물론 여행으로 지친 나그네의 여독을 달콤하게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득량 5일장’은 문화장터로 부활시켰다. 추억의 디스코를 여행객과 함께 출 수 있으며 가판에 늘어놓은 불량식품 세트가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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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동네 ‘하동역’
하동역은 영·호남을 가르는 역이면서 코레일 부산경남본부의 최서단 역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던 작은 간이역이었지 이제는 남도해양관광열차의 교차역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
볼거리도 풍부하다. 대표적인 곳이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소개된 악양 평사리 평야. 평사리는 지리산 남면의 악양골 기슭에 위치한 평범한 산골 마을이었으나 소설가 박경리가 ‘토지’의 주요 무대로 설정하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평사리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박경리는 하동군 악양면 미점리 아미산 아래에서 동정호까지의 넓은 들판, 만석지기 부자를 서넛은 낼 만한 악양 ‘무딤이들’을 보고 ‘토지’의 주무대로 낙점했다고 한다. 현재 평사리에는 TV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 즉 최참판댁과 주요 인물들의 가옥이 건립되어 있다. 또한 대하소설 ‘토지’와 드라마 등을 소개하는 평사리 문학관이 세워졌으며, 매해 대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토지 문학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밖에 섬진강 이름의 유례가 담긴 두꺼비 전설을 비롯해 세이암 전설, 용추 쌀바위 전설, 금오산 달님 별님 이야기, 두곡리 고래들 이야기 등 하동에는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대표 특산물로는 섬진강 재첩(강조개)과 하동 녹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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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정원 ‘순천역’
순천역은 순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지금의 역사로 이전했다. 역 광장의 금목서 두 그루는 역사 전체에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며 가을을 알린다. 특히 순천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가을이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드넓은 갈대밭과 갯벌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용산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순천만의 낙조 또한 최고의 풍경이다. 폐막을 한 달여 앞둔 순천정원박람회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박람회장 중심의 호수정원을 끼고 잔디밭을 산책하거나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한국정원을 비롯한 각국의 정원들을 둘러보는 맛이 각별하다. 정원박람회장은 특히 어둠이 내릴 무렵에 색색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저녁 시간이 가장 낭만적이니 시간을 겨눠 찾아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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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속은...
S트레인은 철저히 여행을 위한 열차로 만들어졌다. 전체 좌석은 모두 218석. 1호차 힐링실은 기본석 64석과 전망석으로 구성돼 있고, 2호차 가족실은 기본석 40석·가족석 28석(7세트)이 설치돼 있다. 3호차 카페실은 커플룸 8석과 식당·카페가, 4호차 다례실은 기본석 36석과 함께 26명이 차를 마실 수 있게 꾸며졌으며, 5호차 이벤트실에는 자전거거치대와 이벤트 공간이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다례실이다. 객차 한 칸을 움직이는 카페로 개조했다. 전통 다례실처럼 만들어져 있어 여행 내내 차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다례실에는 차 전문가가 탑승해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본적인 다도법까지 알려준다. 녹차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 체험도 진행될 예정이다. 다례실은 차의 고장 보성군과 하동군이 직접 운영하며 보성녹차, 하동녹차 등 한국의 10대 명차도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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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트레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보성에서 내려 차밭을 구경하거나 순천에 내려 정원박람회와 순천만을 둘러보고, 여수에 내려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는 식이다. 코레일과 인근 지자체들이 여행객들을 위해 열차시간에 맞춰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하고, 카셰어링 서비스(10분당 1000원)도 제공하고 있으니 교통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승차권은 정차역을 중심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부산역에서 하동역까지 자신의 여행 스케쥴에 맞춰 구간 별로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이런 점을 잘 활용해 각 정차역마다 열차 운행시간을 고려, 자유여행 코스를 짜서 이용할 수 있다.
패스권도 판매 중이다. 패스권을 구매한 여행객은 익산부터 목포까지 호남선, 동대구에서 부산까지 경부선, 그리고 경전선·전라선·진해선·동해남부선을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 역마다 내려서 관광을 하겠다면 1일권 대신 최소 2일권 이상을 구입하는 게 좋다. 관광열차 이용 패스 1일권은 4만 8000원. 2일권은 6만 3800원이고, 3일권은 7만 9600원이다. 1544-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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