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의 향연 ''천관산''..정상오르면 한려해상이 한눈에
산림욕 명소 ''편백숲 우드랜드'', 해먹 몸 뉘이고 피톤치드 샤워
| 탑산사 입구에서 천관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한려해상이 내려다보인다. 날이 맑으면 제주도까지 보인다. 파란 하늘 위로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과 보석처럼 박힌 섬들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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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관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해상의 모습. 바다 위 보석 처럼 알알이 박힌 저 섬들이 없었다면 아마 하늘과 구분짓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의 인쪽 상단의 구름 너머가 아마도 제주도 일 것으로 보인다. 시원하게 확 트인 시야로 잊지 못할 선물받은 느낌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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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정동진이 어디인지는 다 아시죠. 그럼 정남진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전라남도 장흥입니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물축제로 장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한 낮의 폭염에 지친 여행객들이 쉴새없이 떨어지는 물 폭탄을 맞으며 다들 즐거워하더군요. 축제로 한창 들 뜬 장흥을 취재차 들렀습니다. 비록 축제는 즐기진 못했지만 장흥의 숨겨진 보석같은 곳들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틀간 둘러본 장흥은 볼거리·먹을거리가 참 많은 곳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지친 몸과 심신을 다스려주는 편백숲 우드랜드와 우연히 들른 천관산 정상의 아름다운 절경은 여행의 진정한 기쁨을 누리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다 배꼽 시계가 울릴 때 즈음이면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다양한 먹거리도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하더군요. 이제, 축제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했다면 장흥의 숨겨진 볼거리들을 찾아 나서는 건 어떨까요.
| 천관산 정상 즈음에 이르면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 위에 올라 바라본 한려해상의 모습은 가히 신의 작품이라 부를 만 하다. 카메라 셔터를 쉴새없이 눌러댈 수 밖에 없는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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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장마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하늘을 회색 커튼으로 가린 듯한 저 구름을 어서 빨리 거두어 버리고 싶었다. 저 구름 때가 지나가길 기다리다 지쳐 문득 든 생각은 구름이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게 빠르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찾아 나선 곳이 장흥이다. 장흥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이 가장 먼저 반긴다. 마음도 덩달아 파란 하늘처럼 맑아지는 기분이다. 파란 하늘을 더 보고싶은 마음에 당초 예정됐던 편백숲 우드랜드를 뒤로 하고 먼저 천관산을 찾았다. 마중 나온 장흥군 측 공무원이 “오늘은 날씨가 맑아 천관산 아래 그려진 한려해상이 다 보일 겁니다”라고 추천한 것에 혹했기 때문이다.
▲천관산 정상에 올라 한려해상을 굽어보다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택한 등산로는 산 중턱에서 올라갈 수 있는 탑산사 입구부터 시작되는 지름길. 돌탑들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곳까지 차로 이동했다. 탑산사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차를 대고 정상까지 올라가면 약 1시간가량 걸린다. 천관산 등산로 중 가장 가파르다는 구간이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힘들게 느껴지는 코스다. 하지만 이 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한려해상의 속살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간에 힘에 부친다면 너럭바위에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 너럭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다. 한려해상의 바다바람이 천관산의 등선을 타고 넘어오면 그 시원함과 상쾌함은 에어컨 바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면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러고 보니 천관산은 암산이다. 아마도 수만 년 동안 비와 바람에 흙을 씻겨내고 덩그러니 드러난 산의 속살일 것이다. 한참을 바위 위에 서서 수 만년 이어진 시간을 느끼고 있다 보니 저 멀리 구름 너머로 보이는 한려해상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도 맑은데다 시야가 확 트여 있어 바다 위에 보석같이 박힌 섬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섬들 너머 뿌옇게 보이는 능선은 아마도 제주일 것이다. 이 곳 장흥 노력항에서 제주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라 한다. 그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를 육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먼저 신기했고 그것을 허락해준 장흥의 날씨에 감사했다.
| 장흥의 자랑 ‘편백숲 우드랜드’.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한 낮에도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상쾌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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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먹에 누워 한 낮의 여유를 즐기는 방문객의 모습. 편백숲 우드랜드의 풍림욕장인 ‘비비 에코랜드’는 한 때 누드산림욕장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으나, 지금은 간소복을 입고 입장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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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그늘 아래 해먹에 누워보고…편백숲 우드랜드
남부지방은 폭염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래서인지 이 곳 사람들은 하나 둘 그늘을 찾아 한 낮의 더위를 식히고 있다. 힘들게 오른 천관산을 뒤로 하고 다음 방문지인 편백숲 우드랜드로 향했다. 우드랜드는 장흥읍 우산리에 위치해 있다. 우드랜드로 향하는 내내 이미 마음은 울창한 편백나무 숲 그늘아래 놓인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장흥의 자랑이다. 편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 성분은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몸과 마음을 다스려주기에 인기가 높다. 평일이라 그런지 방문객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억불산 자락에 위치한 우드랜드는 약 100ha에 걸쳐 조성된 단지다. 방문객들이 오랫동안 쉬어갈 수 있도록 숙박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산책로와 산림욕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우드랜드가 조성되고 난 후 장흥이 갑자기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로 누드 산림욕장 때문. 이 곳 풍욕장인 ‘비비 에코토피아’는 개장 당시 누드 산림욕장으로 조성했다. 일부 종교계에서 거센 반발이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간소복을 입고 출입할 수 있게 됐다. 방문객들이 풍림욕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내부를 볼 수 없게 길게 울타리가 처져 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내부에는 쉬어갈 수 있게 나무의자며 해먹, 그리고 나무 움막이 설치되어 있다. 될 수 있으면 간소복을 입고 맨발로 2~3시간 정도를 조용히 즐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간소복을 빌리는데 3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단 숙박을 원한다면 최소 2개월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방 값은 6만원~30만원 선. 30만원 객실은 개별 시설이기에 단체 여행을 온 방문객이 이용하기 좋다.
| 장흥의 편백숲 우드랜드. 길게 뻗은 편백 나무 사이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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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
▲교통정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문흥IC→29번 국도→장흥, 서해안고속도로→목포광양간 고속도로→장흥IC를 통하면 된다.
▷KTX는 서울→광주/나주→시외버스→장흥,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서울→장흥(일 6회), 부산→장흥(일 6회), 광주→장흥(일 32회).
▲먹거리
▷장흥삼합= 전라남도의 대표적인 먹거리 삼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롭게 메뉴를 개발했다. 장흥 특산물인 한우와 키조개, 그리고 표고버섯이 주 재료. 특수 고안된 불판에서 세가지를 함께 구운 후 싸 먹도록 했다.
▷된장물회= 일반적으로 물회라고 하면 초장을 양념으로 얹어 먹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물회에 된장을 풀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특유의 된장 냄새는 생각보다 덜하다. 물론 맛도 좋다. 무더위로 입맛을 잃은 사람에게는 별미 중에 별미다.
▲그 외 볼거리
▷장동면 동백정 원림은 부산천이 내려다보이는 이 곳은 소나무가 성벽처럼 하늘 높이 솟아있다. 또 지금쯤 평화마을 백일홍 군락지인 송백정에는 연못 위에 곱게 핀 백일홍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 장흥이 새롭게 개발해 내놓은 대표적인 먹거리 장흥 삼합, 야들야들한 소고기와 부드럽게 익힌 관자, 그리고 표고버섯까지 함께 돌돌말아 싸 먹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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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의 대표적인 먹거리 ‘장흥물회’. 초고추장으로 양념하는 일반적인 물회와 달리 장흥에서는 된장으로 물회를 양념한다. 된장의 구수함이 횟감의 비릿한 냄새를 잡아주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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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의 동백정 내부 모습. 동백정 앞으로 부산천이 흐르고 거대한 소나무들이 성벽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이곳에 앉아 옛 조상들이 노닐던 모습을 상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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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평화리의 평화마을 ‘송백정’ 백일홍 군락지에서 마주친 백일홍의 모습. 지금쯤이면 송백정 연못 위로 백일홍의 꽃잎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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