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야 하죠? 지금 사는 집이 완벽한데요. 임대료는 안정적이고, 퇴거 걱정도 없어요. 게다가 월급의 일부만 임대료로 나가요. 집을 사면 대출 이자 부담이 훨씬 클 텐데요.”
비엔나에서 사회주택은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예술가까지 시민의 60% 이상이 시 정부나 비영리 주택회사가 공급하는 사회주택에 산다. 그리고 평생 그곳에 머문다.
이 도시에서 주거는 ‘자산’이 아니라 ‘삶의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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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사회주택 역사는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주택난을 겪던 비엔나는 사회민주당 정부 하에서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에 나섰다. ‘붉은 비엔나(Red Vienna)’ 시대의 시작이었다.
당시 지어진 ‘카를-마르크스-호프(Karl-Marx-Hof)’는 1100개 이상의 주거 유닛이 들어간 거대한 공공주택 단지로, 지금도 비엔나의 랜드마크다. 건물 안에는 유치원, 도서관, 세탁실, 진료소까지 갖춰져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주춤했던 사회주택 건설은 1950년대 이후 다시 본격화됐다. 2024년 현재 비엔나 시민의 약 60%가 공공·사회주택에 거주한다.
비엔나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나
비엔나 사회주택의 독특한 점은 공급 주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비엔나시가 직접 공공주택을 짓고 관리하지만, 상당 부분은 ‘LPHA(Limited Profit Housing Association·제한수익주택협회)’라 불리는 비영리 주택회사들이 공급한다.
LPHA는 민간 기업이지만, 수익률이 법으로 제한돼 있다. 투기적 이익을 추구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비엔나시는 토지를 제공하거나 저리 융자를 지원하고, LPHA는 설계·건설·운영을 맡는다. 공공의 안정성과 민간의 효율성을 결합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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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사회주택은 저소득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격 기준이 상당히 넓어서 비엔나 시민의 약 75%를 포괄한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이 높아져도 쫓겨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입주하면 소득이 상승해도 계속 살 수 있다. 소득 상한을 초과하면 임대료가 다소 오르지만, 그래도 시세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계속 거주한다.
‘하우징 오펜시브’…강화된 사회주택 정책
비엔나는 2024년, 사회주택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하우징 오펜시브 2024+(Housing Offensive 2024+)’라는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향후 수년간 총 2만2200호의 사회·비영리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것. 이를 위해 비엔나시는 28억 유로(약 4조3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토지 의무화’ 조항이다. 비엔나시가 새로 지정하는 개발 토지의 3분의 2는 반드시 사회주택이나 비영리 주택으로 사용해야 한다. 민간 개발업자가 토지를 개발하더라도, 일정 비율 이상을 사회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 기준도 강화됐다. 새로 짓는 사회주택은 높은 에너지 효율 기준을 달성해야 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 “저렴하지만 품질 낮은 주택”이 아니라 “저렴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고품질 주택”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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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시가 사회주택에 쏟는 재원은 주로 주택기금에서 나온다. 이 기금은 급여세 수입의 일부와 주택 관련 세금으로 조성된다.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이 ‘순환’한다는 점이다. 사회주택 입주민이 내는 임대료가 다시 주택 유지와 신규 건설에 재투자된다. 시장에서 투기적 이익을 빼내는 대신, 그 돈을 주거 시스템 안에서 계속 순환시킨다.
비엔나 사회주택은 단순히 ‘저렴한 집’이 아니다. 건축 혁신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비엔나시는 정기적으로 건축 공모전을 연다. LPHA들이 참여해 혁신적인 설계안을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선정된 프로젝트가 실제로 건설된다. 심사 기준은 비용뿐 아니라 디자인, 커뮤니티 공간, 친환경성, 사회적 혼합(다양한 계층의 공존) 등이 포함된다.
“가난한 사람은 못생긴 집에 살아도 된다”는 생각을 비엔나는 거부한다. 모든 시민은 아름답고 기능적인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철학이다.
소유 없이도 주거 안정 이뤘다
비엔나 시민 대부분은 집을 소유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전체의 자가보유율은 약 50%인데, 비엔나는 그보다 훨씬 낮다. 대다수가 임대로 산다.
하지만 그들은 불안하지 않다. 임대료는 안정적이고, 퇴거 걱정이 없으며, 주거 환경도 우수하다. ‘내 집’이 없어도 ‘내 동네’, ‘내 커뮤니티’는 있다.
비엔나가 증명하는 것은 단순하다. 임대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품질 높은 주거 방식이 될 수 있다. 단, 그것이 가능하려면 시장이 아니라 공공이 공급을 주도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소유’를 통해 주거 안정을 달성했다면, 비엔나는 ‘임대’로 같은 목표를 이뤘다. 두 도시의 접근은 다르지만, 결론은 ‘공공 주도의 대규모 공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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