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한·중 수출 경합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중국이 미국 밖에서 늘린 수출 증가분의 30%는 아세안에 집중됐는데,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승용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과 겹치는 분야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나라는 이 물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박리다매’ 공세로 우리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중국의 수출 물량은 8.8% 늘어났지만, 단가는 2.5% 하락했다. 이처럼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 과잉 공급되는 흐름이 가속화될수록, 제값을 받아야 하는 우리 수출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중국이 공격적으로 수출을 늘린 아세안, 유럽연합(EU),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한·중 간 경합이 단기간에 격화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대중국 관세 부과 후 2~3년의 시차를 두고 아세안 등지에서 양국 간 수출 경합이 점진적으로 상승했던 전례가 있다. 중국과의 정면승부는 시간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장 선점’ 효과다. 당장은 경합이 심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수출시장으로 삼은 지역에서 한·중간 점유율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와 EU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중국의 제3국 진출은 트럼프 임기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깃발을 꽂은 시장을 우리가 탈환하려면 두세 배의 비용과 노력이 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영학의 대가 마이클 포터는 ‘경쟁 우위’의 핵심 요건으로 원가 절감뿐 아니라 제품 차별화와 틈새시장 공략을 꼽았다. 세계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승산 없는 게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력,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정교한 전략이다. 민·관이 힘을 모아 이 과제를 풀어내는 것만이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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