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보관 중인 양곡 14만t을 연내에 특별처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특별처분의 내용은 사료용과 주정용 각 7만t씩이다. 해당 물량은 정부가 사들인 지 3년이 넘은 묵은 쌀이며 사들인 값의 10~20%만 받고 되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중한 쌀을 헐값에 파는 이유에 대해 “과잉 재고로 보관비가 너무 커졌고 시중 쌀 값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재고정리를 위한 ‘땡처리’다. .
| 용인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미곡종합처리장 저온창고에서 직원이 수매 후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는 모습.(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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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쌀을 돼지나 닭의 사료로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2018년까지 3년간 101만t을 사료용으로 공급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이 4개월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당시에도 과잉재고가 문제였다. 창고가 바닥나 남아도는 쌀을 길바닥에 야적하는 상황이 되자 생각해낸 방안이 사료용 공급이었다. ㎏당 2100원 선에 사들여 3~5년 창고에 보관했다가 10분의 1도 안 되는 ㎏당 200원 선에 되팔았다. 이런 식으로 남아도는 쌀을 재고정리 하느라 2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날아갔다.
올해도 상황은 2016~2018년과 흡사하다. 정부 재고량은 4월 말 현재 170만t으로 적정 재고량(80만t)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지난해 풍년으로 산지 쌀값이 폭락하자 정부가 사상 최대 물량인 77만t을 사들이면서 재고량이 급증했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사료용 특별처분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길바닥 야적과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쌀을 과잉생산하고 늘어난 재고를 줄이기 위해 헐값에 되팔아 막대한 세금을 축내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 옳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더구나 이런 판국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지난 3월 강행 처리하기까지 했다..
과잉생산→과잉재고→재정손실로 이어지는 쌀산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농식품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홍문표 의원(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과잉재고로 허비된 세금 추정액이 4조 3913억원(판매손실+재고관리비)에 이른다. 쌀 소비는 매년 줄고 있는데 과잉생산으로 막대한 세금을 축내는 불합리는 고쳐야 한다. 농식품부는 쌀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