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 연설에서 “가계 예산이 쪼그라들고 지구가 불타는 와중에 화석연료 기업들은 보조금과 횡재 이익으로 수천억달러를 벌어들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연설은 전 세계 정상들과 고위급 인사들이 총집결한 가운데 이뤄졌다.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 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처음 정상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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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횡재세 부과를 공식 요청하면서 “(화석연료 기업 외에) 탄소 오염에 동의하고 투자하는 은행,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기타 금융기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초 글로벌위기대응그룹(GCRG)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횡재세 부과를 공론화했고, 이번 총회에서는 이를 본격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화석연료를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화석연료 생산자와 투자자 등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군사 충돌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적하면서 “세계는 위험에 처해 있고 마비돼 있다”며 “생활비가 치솟고 신뢰가 허물어지고 불평등이 폭발하고 사람들이 다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마어마한 기능 장애에 갇혀 있다”고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경고하면서 “올해는 충분한 식량이 있지만 분배가 문제”라며 “다만 비료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식량 공급 그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산 비료 수출에 대한 남아 있는 장벽을 모두 없애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적인 비료 부족이 식량 부족으로 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빈곤, 전쟁 등 당면한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유엔 헌장과 그것이 상징하는 이상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와 같은 다자 협의체는 지정학적 분열이라는 덫에 빠졌다”며 “G20이 아니라 어떠한 협력도 대화도 없는 ‘G낫싱’(G-nothing)이 될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유엔 회원국 정상 등 고위급 인사들은 대면 연설에 나선다. 다만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만 화상으로 연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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