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57%가 5년 뒤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0~1%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학회가 그제 국내 경제학자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년 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8%가 0%대, 49%가 1%대, 41%가 2%대라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 경제가 5년 뒤 제로성장에 가까운 0~1%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 경제의 제로성장 위기에 대한 경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와 올해의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9년의 추정치(2.5~2.6%)와 비교하면 불과 2~3년 사이에 0.5~0.6%포인트 낮아졌다. 2000년대 초반(5%대)과 비교하면 3%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런 추세로 가면 1%대 진입은 시간문제이며 향후 10년 안에 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률과 관련해 ‘5년 1% 하락 법칙’을 제시한 김세직 교수(서울대)는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률이 이미 1%대 중반까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5년 1% 하락 법칙’이란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장기 성장률이란 특정 연도의 전후 5년 또는 10년간 성장률의 평균값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이 추정치인데 비해 장기 성장률은 실적치이기 때문에 분석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은 차기 정부 임기 중인 향후 5년 안에 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가 제로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제로성장 위기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가용 노동력 고갈과 기술진보 미흡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가용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 확대,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연공급 중심의 급여체계 개선, 양질의 이민 노동자 활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 기술 진보를 위해서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 후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공약 개발과 활발한 정책 토론에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