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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사이판 가니? 난 유럽 여행 간다

강경록 기자I 2021.10.07 04:00:00

사이판 트래블 버블 상품 연말까지 완판
여행사들 "좌석 없어서 못 판다" 아우성
사이판 대신 괌으로 눈길 돌려
10월부터 유럽여행 상품도 늘어나
여행사 "이제 해외여행 수요 늘어날 것" 기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굳게 닫혀 있던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약을 맺은 사이판 여행상품은 올 연말까지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다. 이에 여행사들은 가깝고, 현지 백신 접종률이 높은 괌이나, 비교적 출입국 제한이 완화된 유럽 패키지 상품을 서둘러 내놓으면서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방역과 일상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행업계는 국내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높아질수록 해외여행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마리아나 로타섬 아스맛모스(사진=마리아나관광청)


◇연말까지 사이판 여행 예약자만 4000명

6일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사이판 여행을 예약한 한국인은 4000명을 넘겼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7월 사이판과 ‘트래블버블’ 협약을 맺은바 있다. 트래블버블은 백신접종을 마친 여행객에게 자가 격리 등을 면제해주는 협정으로,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마리아나 주정부는 한국인 여행객을 위해 코로나 검사 비용과 여행 경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7일 미만 250달러(약 30만원), 7일 이상 500달러(약 60만원), 사이판·티니안·로티 등 북마리나아 섬 3곳 이상을 7일 이상 여행하는 경우 1500달러(약 179만원)까지 지원한다.

사실 트래블버블 시행 초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7~8월 트래블 버블 여행객 수요는 항공편당 평균 10명 이하였을 정도. 하지만 추석 이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다. 현재(5일)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7.4%, 접종 완료율은 53.0%에 달한다. 여행사들 사이에선 ‘항공 좌석이 없어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이판 트래블버블 프로그램은 여행기간 방역 안전을 확복하기 위해 지정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객만 허용하고있다. 교원 KRT, 노랑풍선, 모두투어네트워크, 에어텔닷컴, 인터파크투어,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등 7개사다. 이중 모두투어가 출시한 ‘7박8일 사이판’ 여행 상품은 이틀 만에 완판됐다. 연말까지 1300명을 보낸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연말까지 사이판 트래블 버블 여행상품은 대기만 신청할 수 있다. 마리아나관광청 관계자는 “추가 운항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지만 운항 허가를 받는 게 까다로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라고 설명했다.

괌 전경 사진(사진=괌정부관광청)


◇사이판 대신 자가격리 없는 ‘괌’ 뜬다

사이판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웃섬인 괌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A여행사 관계자는 “괌 상품 가격이 사이판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한국에서 약 4시간 비행시간의 가까운 곳에서 한적한 휴양을 즐길 수 있고, 출입국도 자유로운 편이라 사이판과 함께 예약률이 오르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괌은 접종 완료자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음성’을 받으면 자가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 사이판과 달리 호텔에서 며칠 머물지 않아도 된다. 단, 미 완료자는 식당, 바, 체육관 등 실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해외여행객은 대부분 완료자라 큰 문제가 아니다.

항공사들도 서둘러 노선을 늘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부터 일주일에 두번 인천~괌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국토교통부에서 해당 노선 운항에 대한 허가를 받았고 방역 당국의 최종 승인만 받으면 된다.

대한항공은 이미 8월부터 인천~괌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부정기편이지만, 일주일에 한번꼴로 항공기를 띄울만큼 인기가 좋다. 대부분의 LCC도 괌을 중심으로 국제선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여행업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투어도 지난 추석 연휴에 패키지여행을 신청한 60여 명을 괌으로 보냈다. 1년 6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21일 한국인 관광객들이 스위스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장엄한 풍경의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사진=롯데관광개발)


◇스위스·스페인 중심으로 유럽여행 ‘활기’

유럽 여행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특히 스위스와 스페인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는 자가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지만 현재 백신 접종 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자가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달 26일 1년 6개월만에 출발한 유럽 패키지 여행팀이 스위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이들은 귀국 후 1차 코로나19 PCR 검사에서 전원 음성 결과가 나왔다. 이어 이달 중순에도 18명이 스위스를 출발한다. 여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패키지 여행 상품도 곧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른 여행사도 10월부터 조금씩 생기가 도는 모습이다. 혜초여행은 지난달 28일 산티아고 순례길 40일 상품을 출발시킨 데 이어, 오는 15일에도 16일 일정의 산티아고 여행의 출발을 확정했다. 11월 ‘이탈리아 아말피+시칠리아 트레킹’ 상품은 이미 30명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관광은 이달 2일과 4일에 스위스, 프랑스 일주 상품을 진행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2020년 1월 이후 중단됐던 유럽 패키지여행이 재개된다”면서 “8일에는 스위스 일주로 16명이 출발한다”고 전했다. 참좋은여행은 8일 스위스 일주를 시작으로 스페인(22일), 스위스(26일), 포르투갈(26일), 독일(27일), 프랑스(28일), 스페인(29일) 일주를 확정했다. 출발 인원은 각 12~23명이다. 그러면서 “현재 직원 250명 중 70명만 근무를 하고 있는데 (유럽 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대다수 직원이 출근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교원KRT, 롯데관광에서도 스위스, 스페인 상품 단체가 출국할 예정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10월 말이면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져 해외여행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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