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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김초엽 "복잡한 감정 그대로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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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1.09.01 04:30:01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작가 인터뷰]
모든 생명체 순식간에 죽이는 '더스트'
멸망위기 처한 2058년 지구 배경 삼아
식물과 인간의 공진화 강조하고 싶더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독자들이 제 소설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슬프면서도 행복하고, 쓸쓸하면서도 충만한 모순된 감정을 하나로 담는 것, 그게 소설의 매력이니까요.”

SF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초엽 작가가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로 돌아왔다. 지난해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통해 먼저 선보인 작품으로 내용을 수정, 재구성해 지난 18일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했다.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의 김초엽 작가(사진=정멜멜 작가, 자이언트북스)
김초엽 작가는 최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 한 관문을 넘어선 느낌이라 후련하다”며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 걱정도 되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첫 장편소설을 낸 소감을 밝혔다.

‘지구 끝의 온실’은 2058년부터 2129년에 이르기까지 약 70년에 걸쳐 펼쳐지는 방대한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드는 ‘더스트’로 멸망 위기에 처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식물생태학자 아영, 2058년 더스트의 피해를 입지 않은 도시 프림 빌리지를 찾아온 에티오피아 출신 자매 나오미·아미라, 그리고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인물인 지수와 레이첼의 에피소드가 작품의 중심에 있다.

소설 속에서 더스트는 일종의 전염병처럼 묘사된다. 김 작가는 “지난 4월부터 작품을 구상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글을 쓰면서는 코로나19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제목인 ‘지구 끝의 온실’은 프림 빌리지에 있는 온실을 가리킨다. 말레이시아 산림연구원(FRIM, Forest Research Institute of Malaysia)이 모티브가 됐다. 이곳에서 자라나는 가상의 식물 ‘모스바나’가 인류를 더스트의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 곳곳으로 모스바나를 전파한다는 전개 또한 최근 이슈로 떠오른 환경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인간과 자연은 분리할 수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식물과 인간의 공진화를 이야기하는 논픽션 ‘욕망하는 식물’에서 따온 모티브이기도 해요. 흔히 인간이 식물에 개입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식물이 인간을 바꾸기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모스바나’를 설정하게 됐어요.”

여성 과학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인물의 성별 구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선 김 작가 특유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성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포스텍(포항공대) 출신의 과학도이기도 한 김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과학 분야에는 여성이 적다 보니 학부 때도 대학원 때도 이곳이 내가 있을 자리가 맞는지 생각했다”며 “SF는 작가가 바라는 세계의 형태가 구현될 수 있는 장르이기에 젠더적인 측면에서 평등한 세계를 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가 무언가를 잘 모르더라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과학의 태도가 좋아요. 나의 실패와 오류 가능성을 인지하고 그 한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요즘은 과학기술과 접목한 현대미술에도 관심이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현대미술과 SF를 접목한 논픽션도 써볼 생각입니다.”

이번 소설을 통해 김 작가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잘 몰랐던 식물과 친해졌다. 그는 “작업실에 화분도 생겼고, 식물의 사진을 찍으면 이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도 구입해 자주 쓰고 있다”며 웃었다. 김 작가는 “이번 소설은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며 “차기작 또한 장편소설로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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