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금융위, 한투證 발행어음 제재 결정 연기한 속사정은

문승관 기자I 2019.05.10 05:20:00

지난 8일 증선위에서 3시간에 걸쳐 위원 간 격론 펼쳐져
“사실관계 확인 위해 보류”…금감원에 대규모 자료 요구
“초대형 IB 육성 찬물 끼얹을라”…최종 결정 유보 해석도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감독원이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기준을 위반한 한국투자증권의 ‘기관 경고’ 처분을 두고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미뤘다.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이유에서인데 지난달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이어 두 번째다. 일단락될 것 같던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제재 결정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증선위는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지난 8일 3시간에 걸쳐 격론을 펼친 증선위는 금감원에 유례없는 대규모 자료를 요청했다. 증선위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설계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가 금감원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양측 간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3월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법령심의위)는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안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완전체’로 새 전열을 구축한 증선위원들은 법률 전문가로 구성한 법령심의위에서 위법이 아니라고 의견을 내놨음에도 금감원에서 제재를 밀어붙인 이유를 다시금 살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선위가 금감원 결정의 위법성 자체를 따져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전열을 갖춘 증선위원들이 발행어음 업무 첫 제재에 대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숙고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만약 증선위에서 한투증권에 내린 금감원 제재 결정을 뒤집어 결론을 내린다면 금감원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시장에도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결정을 뒤집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증선위의 제재 보류 결정만으로도 금감원으로서는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발행어음 업무 인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투증권 발행어음 제재를 결정한다면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 제재 결정을 보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 증선위에서는 KB증권의 발행어음 업무를 승인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고 규제도 대거 완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한투증권 제재 결정을 바로 내리기에는 시기상 좋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한 부분을 재심의하기란 절차상 문제도 있고 쉽지 않다”라며 “제재 수위 등에 대해서만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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