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제2의 도시이자 ‘볼보의 도시’로 유명한 예테보리시 시립도서관 건물 안에 쓰여있는 문구다. 이 도서관 내부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전기버스가 소리없이 들어와 손님을 실어 나른다.
청정도시이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도시로 이름 높은 예테보리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세계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80~1990년대 한국·일본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면서 조선업은 쇠퇴했고 도시는 활력을 잃어갔다. 현대중공업과 한국GM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도시 자체가 황폐화한 지금의 군산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산업도시였던 예테보리가 20여년 만에 첨단ICT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강력한 지방분권의 힘이 작용했다. 인구 1000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불에 달하는 스웨덴은 ‘강한 지방이 강한 국가를 만든다’는 대명제를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라다.
◇신산업 육성 시험대…정부는 앞장서 ‘규제 완화’
요한슨 예테보리 시장은 활력을 잃어가던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문닫은 조선사 자리에 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하고 정보통신 위주의 새로운 산업 구조 개편을 모색했다.
중앙정부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스웨덴 정부는 지자체가 제안한 사업이 성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법을 고쳐서라도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고 관련 규제를 푼다. 법적 근거가 필요할때는 일사천리로 법을 제정한다.
예테보리가 볼보(Volvo)와 함께 2021년까지 100대의 무인주행 차량을 시내 시범운행하는 프로젝트인 ‘드라이브미’를 내놨을 때 중앙정부는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재량과 권한을 한시적으로 부여했다. 지난해 4월에는 예테보리를 위해 ‘무인차 실험의 한시적 허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예테보리시는 에릭슨 등 15개 민간업체와 손잡고 ‘스마트시티’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테보리의 실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추진하려다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혀 애를 먹고 있는 기업과 지자체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엘리사베트 로텐베리 예테보리 부시장은 “산·학·연 정부 간 긴밀하고 다양한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을 통해 여러 혁신적 시도가 이뤄지면서 도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스웨던은 헌법 1장 1절에 ‘스웨덴 민주주의는 지방자치를 통해 실현한다’고 지방자치를 못박고 있다.
스웨덴 내에서 지자체의 역할은 막중하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코뮌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모든 일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중앙정부가 입법과 의료, 인허가 등 업무를 한다면 기초자치단체인 290개의 코뮌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교육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이를 위한 세금징수권 역시 코뮌에 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내 코뮌인 베름되의 데시라 플랭코르 시의회 의장은 “코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을 돌보는 일”이라며 “시 의회는 복지, 교육, 재정 등 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으로부터 지방세를 징수해 주민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예산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근접한 거리에서 행정부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민들의 주인의식 또한 강하다. 코뮌 내 모든 정책결정과정에는 주민이 참여하고 지자체 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도 주민참여가 필수다.
주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독자적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반면 그에 따른 책임도 크다. 기초지자체가 재정 자립을 못하고 파산할 경우 예산법에 따라 3년 안에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병원비, 버스비, 오물세 등 기초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는 예산권 등을 이용한다. 현재 스웨덴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00%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스웨덴은 소득세의 일정부분을 지방세로 거둬 안정적 세수 확보가 가능한 구조”라며 “안정적 재정확보와 함께 적극적 주민참여, 중앙의 촘촘한 감시망이 결합돼 지금의 강한 스웨덴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