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은 희귀질환입니다. 국내 혈우병 환자는 약 2000여명에 불과합니다. 혈우병은 이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약으로 관리합니다. 완치는 할 수 없고 평생 약을 써야 합니다. 주로 혈액응고인자 중 제8인자를 타겟으로 합니다. 문제는 면역반응 때문에 항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항체가 만들어지면 더이상 약을 쓸 수 없고 교체해야 합니다. 또 자가주사이긴 하지만 정맥주사입니다. 혈관을 찾아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인슐린같이 지방층에 놓는 주사보다 불편합니다.
국내 치료제 시장은 8인자를 보충하는 1차 치료제인 녹십자 애드베이트, 그린진F와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가 있는데 각각 246억원, 50억원, 41억원 규모입니다. 항체가 생겼을 때 대안으로 쓰는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은 211억 규모이고, 녹십자 훼이바는 25억원 정도 차지합니다.
최근에 새로운 약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일본 쥬가이제약이 개발한 에미시주맙 성분의 약인데, 8인자 보충은 물론 이중항체 기술을 적용해 9, 10인자에 동시에 결합해 내성이 있는 환자도 쓸 수 있는 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JW중외제약이 판매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약은 주 1회만 맞으면 되고 피하주사형태라 환자가 쉽게 스스로 맞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항체가 생길 우려가 낮고 항체가 생긴 환자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모쪼록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이라 제약사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법도 한데, 이렇게 편의성을 높인 약이 나온다는 것은 제약사가 단순히 돈만 바라고 약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