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기업 경기]①봄볕드나, 얼어붙나…기업심리 헷갈린다

김정남 기자I 2017.02.06 05:30:00

주요 기관 BSI 담당자, 기업경기 인식 온도차
설문조사 방식 차이 더해 안갯속 경기도 요인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의 A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10일자 조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수준”이라는 보도가 쏟아져서다.

이유가 있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올해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바탕으로 보도된 것인데, 불과 열흘여 전 나온 한은의 지난해 12월 BSI와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한은 인사들은 “기업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은과 상의가 전국의 수천개 기업에 업황을 물은 결과, 그 방향성이 정반대였던 것이다.

나흘 뒤인 지난달 13일. A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 괴리감 문제를 꺼냈다.

이에 한은 고위관계자는 “한은은 최근 업황이 좋은 반도체 등의 가중치가 높게 반영되고 대기업도 많은 반면 대한상의는 단순 합산으로 편제한다”면서 “중소기업만 보면 서로 비슷하다”고 했다. 설문조사상 기술적인 차이라는 것이다.

다만 실제 각 기관들의 경기 인식은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A 금통위원도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며 여전히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기관마다 엇갈리는 BSI

봄볕이 새로 들 것인가, 냉기가 계속될 것인가. 최근 각 기관들이 파악하는 기업 심리가 엇갈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이데일리가 한은·대한상의·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의 BSI 담당자들에게 물은 결과, 한은을 제외한 각 경제단체들이 보는 기업 심리는 “하락 중”으로 요약된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업 매출과 체감경기는 비슷하게 나온다”면서 “매출 추이상 점차 심리가 악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은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의 분기별 매출 증가율은 -2.0%→-1.9%→-4.8%를 기록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12월 2~15일 조사한 올해 1분기 BSI는 68로 한 분기 사이 18포인트 급락했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도 “기업이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은 조금 이르다”고 했다. 전경련이 지난달 13~20일 464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1월 BSI는 89.2였다. 기준치 100보다 낮을 뿐더러 그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

이창희 중기중앙회 조사연구부장은 “중소기업은 내수 업종이 많다”면서 “지난해 9월 이후 내수가 지지부진하다”고 했다. 중기중앙회의 BSI도 줄곧 하락하고 있다.

이는 한은과는 다른 분석이다. 한은이 지난달 12~19일 전국 175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BSI는 75였다. 전월 대비 3포인트 오른 수치다. 100 이하이긴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상승하고 있다.

최덕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최근 수출이 늘어나는 등 기업 심리도 조금씩 우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기업의 결산을 보면 실적이 나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은 한 인사는 “경제단체들의 BSI는 기업의 이익단체 성격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올해 반등을 점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100대 기업을 설문조사한 후 “투자 여건은 악화됐다”면서도 “기업들의 실적과 전망, 의욕은 양호하다”고 보고 있다.

◇“추후 기업 경기 안갯속”

BSI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BSI는 ‘경제 첨병’인 산업계의 움직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등 굵직한 거시 지표들은 시차를 두고 나온다. 그런 만큼 기업 심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려면 BSI가 필수다.

산업계 한 인사는 “어떤 정책을 펼 때 혹은 예기치 못한 충격이 있을 때 기업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BSI를 통해 알 수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판단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각 기관의 BSI 지표와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각 기관의 설문조사 방식이 차이를 불렀다는 기술적인 분석과 동시에 추후 반등 혹은 침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 경기 자체가 ‘안갯속’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에만 기댄 ‘착시효과’ 측면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은 경기가 괜찮지만 나머지는 좋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소비가 고꾸라지는 와중에 기업마저 흔들리면, 우리 경제는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용어설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업의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설문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치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긍정적인 응답 업체수가 많은 것이고,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현재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가 각자 기준에 맞게 BSI를 산출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