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8일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타워2에서 김문수 장관 주재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발족식을 열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전현직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연구회는 집중적인 논의를 벌여 두 달 안에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결과물은 거의 그대로 정부안으로 수용될 것으로 보여 경영계와 노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저임금제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행 최저임금제에서 결정권을 가진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이 합리적인 최저임금 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양측 위원과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동수로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기 마련이라고 보면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돼있다. 실제로 현행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후 올해까지 37년 동안 노사 간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경우는 7번에 불과했다. 노사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고, 그러면 한쪽이 반발해 퇴장하곤 했다. 법정 시한 안에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못하는 일도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수와 경영·노동 여건 변화가 최저임금 조정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때문에 노동자 생활 보호와 경영 애로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소모적 갈등 없이 원만히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및 경영자총협회에 각각 집중된 노사 양측 위원 추천권을 다른 노동자·사용자 단체로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집단이 합리적인 최저임금 조정 구간을 최저임금위 논의 이전에 제시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연구회 발족에 대해 한국노총은 “개악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규탄했고, 민주노총은 “노조 배제와 치적 쌓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노동단체라면 그런 불만과 불신이 있다 해도 법적인 틀 안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더 당당하다. 정부 독주를 방관하기보다 논의에 참여해 최적안이 도출되도록 하는 게 떳떳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