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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줄곧 이어져 온 수출 둔화와 무역적자 문제로 고심해 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그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수출 둔화와 무역적자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각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놨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 변동 영향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 이상 투입하는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확정했다.
또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신선식품, 의료기기 등 지금껏 비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품목들의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인정·마케팅 지원에도 나섰다. 정부는 경기 불황 등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수출 목표로 6850억달러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던 작년(6839억달러)보다 0.2% 많은 것이다.
정부가 하반기 수출 반등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6월 수출입 세부 지표에서 수출 반등 조짐이 나타나자 고무된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지난 4월 시행한 메모리 반도체 감산 결정이 하반기 중에는 효과가 나타나 수출 반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선박, 이차전지, 양극재 등 반도체 부진을 메웠던 산업군이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이르면 3분기 중 수출의 플러스 전환이 현실화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미국·유럽연합(EU)·중동 수출 증가에 따른 수출 지역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올 상반기 기존 주력 시장인 중국과 아세안 수출은 크게 줄었으나, 미국·EU·중동 수출 증가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대(對)미국 수출이다. 올 상반기 누적 대미 수출액은 550억8000만달러로 전년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중국 수출액(601억8000만달러)도 거의 따라잡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이 올 들어 가장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하반기부터는 감산 효과가 가시화하고 고성능 DDR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업황이 점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력 업종이나 내수 기업이 수출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작업도 하반기 중 본격 추진한다. 산업부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지난해 9만4000여개사였던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10만개로 늘린다는 목표로 중견기업 특화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했지만, 올 하반기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일시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크다.
이 장관은 “7~8월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주춤할 수 있지만,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흑자 기조와 함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 흐름이 하루빨리 수출 플러스(전년대비 증가)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