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은행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외환거래 규모가 당초 알려진 금액의 배에 달하는 4조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은행을 포함, 금융감독원이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점검하고 있는 유사거래 자금규모만 7조원에 달했고 이들 거래자금은 최근 1년 반 동안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흘러나와 무역대금 명목으로 시중은행을 통해 중국 홍콩 일본 등 해외 일반법인으로 대거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동안 제기됐던 ‘김치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노린 코인 투기의혹이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이같은 대규모 불법 외환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또한 단기간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은행권의 내부통제 기능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외국환거래법과 특정금융정보법상 이행해야 할 각종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은행권에선 해당 은행 지점들이 관련 법규를 꼼꼼히 지켰을 리 없다고 본다. 거액의 외화를 취급할 이유가 없는 신설 업체들이 짧은 시간에 수천억원대의 해외 송금을 한 것이 이례적인데 고객확인 의무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이를 사전에 거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은행 내부 통제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건 직원 1명이 8년간 700억원을 빼돌린 우리은행 직원의 거액 횡령 사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이 직원은 금융위원회에 파견 간다고 속인 후 1년 넘게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은행측이 전혀 몰랐다고 한다.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한 라임·옵티머스 펀드의 부실 판매를 계기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던 은행들의 약속이 모두 빈말에 그친 꼴이다.
검찰이 금감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니 불법을 저지른 외환거래 세력은 물론 은행들의 법 위반 여부도 곧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범법 여부를 떠나 이참에 은행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매년 먼지털이식 검사를 하면서도 이같은 대규모 불법거래를 제때 포착하고 대처하지 못한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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