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 대변인은 지난 4일 서울 통의동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50일 간의 인수위 활동을 이 같이 총평했다. 신 전 대변인은 3월18일 인수위 현판식부터 5월6일 해단식까지 쉼 없이 달렸다. 그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창당한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선대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누구보다 정치인 안철수를 잘 아는 ‘안철수의 입’으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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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대변인은 인수위 메시지 혼선 우려 등으로 말을 자제해 왔다면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담아왔던 소회를 거침 없이 밝혔다. 안철수 패싱·공약 파기·마스크 이견·소고기 발언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인수위 존재감이 없었다’는 평가에 대해선 “청와대 이전 이슈 영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미래 어젠다를 밝혔지만 언론의 관심은 별로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수위 기간 중에 안 위원장이 제시한 미래 먹거리, 과학기술, 교육, 청년 등 미래 과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게 가장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이 사람들의 모든 생활 영역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관심과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곁에서 본 안 위원장은.
△둘 다 이공계 출신이라 저랑 안 위원장과 코드가 잘 맞는다. 안 위원장은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 끼리끼리 문화, 측근 위주 정치인 스타일이 아니다. 국가 미래 방향을 보고 밀고 가는 소신파이자 미래파다. 분당갑 출마 여부도 미래를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다.(안 위원장은 8일 오후 ‘새로운 미래’를 언급하며 분당갑 출마 선언을 했다.)
-‘안 위원장 곁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안 위원장이 그동안 제3당이었다. 정치인들이 당선 가능성을 보고 1·2당으로 갔다. 안 위원장이 측근을 챙기기보다는 소신대로 결정하는 것에 섭섭한 사람들이 떠날 순 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끼리끼리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떠나갔다는 이들 상당수가 안 위원장과 지금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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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대변인 미션은.
△임명 직후 만난 안 위원장은 ‘정확한 내용이 아니면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종찬·김한길 등 인수위 경험을 했던 인사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인수위원들 한 마디가 인수위 결정으로 보도돼 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모두 말조심을 했는데, 대변인단을 통해서만 얘기한 분과는 좀 답답했을 것 같다.
-혼선은 줄었는데 인수위 존재감이 없었다.
△인수위 존재감이 덜한 것은 그것(인수위 입조심)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인수위 초반에 이슈가 다른 데로 좀 몰렸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전 이슈가 있었던 게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캐치프레이즈가 약했다.
△대변인 입장에선 ‘빨리 두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해야 한다’는 안 위원장의 뜻이 강했다. 책을 쓸 때 제목은 맨 마지막에 써야 한다는 게 안 위원장의 뜻이었다. 처음부터 제목을 정하고 책을 쓰면 모든 생각이 거기에 구속된다는 이유에서다. 나중에 캐치프레이즈가 제시됐지만,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 국정비전이 잘 나왔다고 본다.
-110대 국정과제도 평가해 달라.
△110대 과제 모두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6대 국정목표에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가 포함된 게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 교육, 청년 등 미래 과제가 국정목표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은.
△미래의 장기적인 어젠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못한 게 아쉽다. 국민 관심을 미래 지향적인 분야로 돌리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안 위원장이 미래 먹거리 전략을 발표했고 인수위가 과학, 교육, 인재양성 과제 등 미래어젠다를 밝혔지만 언론의 관심은 별로 없었다.
-과학기술 등 미래 어젠다가 왜 중요하다고 봤나.
△과학기술은 문제 해결의 열쇠이자,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지금 글로벌트렌드가 기술패권 경쟁 시대다. 과거에는 국가 경쟁력이 군사력이었지만, 지금은 과학기술이다. 국방, 경제, 보건의료,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과학기술 경쟁력이 기반이다. 과학기술로 인한 국가 간 격차가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고, 일자리도 없어지면서 갈등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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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학기술부총리, 청와대 과학교육수석이 필요하다고 한 것인가.
△부처 간 칸막이가 강해 그것을 잘 조정하려면 과학기술부총리가 필요하다는 게 안 위원장의 공약이다. 지금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있는데 여기 소속된 인력이 너무 적기 때문에, 수석급 인사·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조직을 신설해야 하나.
△청와대 경제수석 산하에 과학기술비서관이 있다. 과학이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이 경제에 종속된 수단만이 아니다. 과학기술이 경제 발전, 기술·산업경쟁력, 복지에 중요 요소가 됐다. 따라서 과학기술부총리, 과학교육수석이 필요하다.
-장관·수석 인사를 놓고 이태규 인수위원 사퇴, ‘안철수 패싱’ 논란도 있었다
△초대 조각을 할 때는 윤 당선인의 뜻을 많이 반영하는 게 맞다는 게 안 위원장 생각이다. 앞으로는 (안철수 패싱 논란 없이 인사에) 좀 더 반영을 할 것으로 본다.
-인수위 기간 중 억울했던 점은 없나.
△소고기 발언 논란은 억울하다. 안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소상공인 차등지원 방침을 설명하면서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를 사서 드셨다’고 말했다.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분들을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줬을 때 여유 있는 분들이 소고기를 사서 드셨다는 뜻이었다.
-소상공인 지원금, 병사 월급 200만원 등 공약 파기 논란도 있었다.
△일부 수정된 건 있지만 공약 자체가 파기된 건 거의 없다. 법, 예산 확보 등으로 공약 이행 시기가 조정됐다. 윤 당선인이 ‘공약을 거의 지켰으면 좋겠다’고 굉장히 강조했기 때문에, 공약 반영률은 상당히 높다.
-부동산 공약에 대해선 오락가락, 지연 발표 논란이 있었다.
△부동산은 가급적 빨리 종합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게 당초 기조였다. 그런데 종합 방안이 거의 만들어질 때쯤 장관 후보자 발표가 났다. 인수위가 먼저 발표하면, 추경호·원희룡 후보자와 엇박자가 날 수 있어서 발표 시점을 늦추는 것으로 조정됐다.
-방역 마스크 해제를 놓고선 인수위와 문재인 정부 간 이견이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신구갈등’으로 이를 봤는데, 안 위원장은 철저하게 의사·전문가 입장에서 판단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코로나특위 전문가, 의사협회 등 의견을 수렴해 ‘마스크 규제 해제를 신중하게 했으면 한다’고 밝힌 것이다.
-50일 인수위 끝나고 향후에는.
△과학기술계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꼭 해야겠다고 하면 다시 선거에 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생각은 별로 없다. 학교(연세대 물리학과 객원교수)로 돌아가서 과학기술 쪽 전문가 활동을 하려고 한다.